미국 정부가 타사 기기 호환 제한 등의 행위를 통해 경쟁사들에 피해를 끼쳤다면서 아이폰 제조사 애플을 반(反)독점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고 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언론들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의 불법적인 독점으로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경쟁 휴대폰 제조사로 LG가 언급하기도 한 가운데 이번 소송이 애플의 기업분할로까지 이어질 가능성까지도 관측된다.
보도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16개주 법무장관과 공동으로 애플을 상대로 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냈다고 발표했다. 5년간의 조사 끝에 제기한 이번 소송은 아이폰을 중심으로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 자체 기기를 통해 구축해 온 ‘애플 생태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 생태계에서만 앱을 허용하고, 타사 기기와 호환은 제한해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walled garden)을 더욱 공고히 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려왔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폰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용자가 다른 스마트폰으로 갈아타지 못하게 막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스마트폰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해주는 앱을 차단하고, 애플페이가 아닌 다른 결제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 애플워치 등 자사 스마트워치등도 타사 기기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도록 제작했다.
법무부는 이런 방식을 통해 “애플이 미국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불법적인 독점권을 유지해 왔다”면서 애플의 불법적인 독점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한국 LG전자, 대만 HTC 등이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이런 불법적인 독점이 “혁신을 저해했고 소비자들은 비싼 비용을 치러야 했다”고 강조했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기업의 반독점법 위반 행위로 인해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애플은 자사의 사업전략이 반독점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적극적인 방어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애플 대변인은 “이번 제소는 애플의 정체성은 물론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애플 제품을 차별화하는 원칙을 위협하는 것”이라면서 “소송이 목적을 달성한다면 사람들이 애플로부터 기대하는 기술을 창조하는 능력이 방해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이 애플의 기업 분할이나 사업 부문 매각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 법무부는 이날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을 발표하면서 26년 전인 1998년 5월 제기한 MS를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을 언급했다. MS는 1990년대 당시 윈도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 세계 거의 모든 데스크톱 컴퓨터 운영체제의 90%를 장악하고 있었는데, 이런 윈도의 독점력을 이용해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묶어 팔았다. 1998년 기소된 MS에 대해 1심 법원은 MS가 다른 회사들의 시장 경쟁 노력을 봉쇄해 왔다는 법무부 주장을 받아들여 MS를 2개 회사로 분리하고 이후 10년간 재결합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당시 1심 판결은 항소로 인해 뒤집히며 MS는 기업분할 위기에서 벗어났으나 이 여파 속 결국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시장지배력을 잃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법무부 고위 관계자들이 이번 애플 소송을 MS뿐 아니라 AT&T, 스탠더드 오일 등 기업분할로까지 이어졌던 역사적 반독점 사건들에 비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 법무부가 성공할 경우 잠재적인 처리방안은 회사 분할 명령부터 애플의 계약 체결이나 사업 운영 방식 변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을 요구한 미 법무부 관계자가 “법무부가 기업 분할을 포함해 애플 사업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애플 소송이 기업 분할 등으로 이어질지는 유죄 판결 여부와 구제책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와야 결정된다. 다만, 1990년대 MS가 데스크톱 컴퓨터 운영체제를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었던 과거와 달리 아이폰의 미국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50% 남짓이어서 기업 분할까지 가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기업분할 없이 생존한다 하더라도 소송 자체만으로 애플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미 법무부의 제소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애플 주가는 4.1%나 떨어졌다. 아이폰을 통해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기업으로 약진했던 애플은 최근 정보기술(IT)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인공지능(AI) 경쟁에서 한발 뒤처지며 올해 들어 주가가 11%나 떨어졌다. 이에 따라 챗GPT를 등에 업은 MS에 시총 1위 자리도 넘겨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