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만 출입”… 공공 테니스장 리모델링 후 시민 내쫓은 강릉시 [지방자치 투데이]

강원 강릉시가 시민들이 이용해온 하수종말처리장 내 공공 테니스장을 리모델링한 뒤 공무원만 출입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공무원들이 주로 사용하던 시청 내 테니스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문을 닫자 시민들이 애용하던 테니스장을 공무원 대상으로 돌린 것이다. 10년 넘게 테니스장을 보수해가며 사용해온 시민들은 공무원을 위한 과도한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강릉 하수종말처리장 내 테니스장 모습.

26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강릉시는 지난해 7월부터 두 달간 강릉 병산동 하수종말처리장 내 공공 테니스장을 리모델링했다. 흙으로 된 코트 바닥에 인조잔디를 깔고 네트를 새로 설치했다. 라커룸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컨테이너를 두는 등 시설 전반을 정비했다. 이곳에서 운동하던 시민들은 시의 리모델링 사업을 반겼다. 그간 시설이 낡아 흙먼지가 날리는가 하면 코트를 둘러싼 그물에 구멍이나 공이 빠져나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공사가 끝나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시가 테니스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자물쇠로 걸어 잠근 것이다. 시는 코로나19 여파로 시청 내 테니스장이 폐쇄됐다며 하수종말처리장 내 테니스장을 공무원을 위한 후생복지시설로 새롭게 조성했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하수종말처리장은 외부인 출입 제한 시설에 해당하지 않지만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기로 했다며 이에 따라 공무원과 관계자 이외에는 테니스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시민 A씨는 “강릉은 테니스장이 많지 않아 코트를 사용하려면 경쟁이 치열하다”며 “지금까지 낡은 테니스장을 보수해가며 써왔는데 세금을 들여 리모델링 후 공무원들만 사용하겠다고 출입을 막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시민 B씨는 “테니스 동호회는 홈구장을 두고 훈련을 한다. 경기장을 빼앗겨 일부 동호회는 해체될 위기”라며 “공무원들이 일하는 평일 낮 시간에는 테니스 코트가 텅텅 비어있다. 시민들에게 하수종말처리장을 적극 개방하는 다른 지자체와도 비교되는 행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릉 하수종말처리장 내 테니스장 입구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 철창 너머로 인조잔디가 깔린 테니스장이 보인다.

실제로 춘천시의 경우 하수종말처리장에 축구 경기장 2개를 조성하고 일정한 금액을 내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분수대를 만들어 여름에는 시민 누구든지 들어와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하수종말처리장에 테니스장을 운영하는 원주시 역시 시민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 중이다. 기세남 강릉사랑시민연대 대표는 “시민들을 위해 조성된 공간에 시민을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해당 테니스장에는 코트가 3개나 된다. 공무원과 시민들이 함께 사용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강릉 하수종말처리장 내에 설치된 테니스장과 라커룸 전경.

이와 관련해 강릉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테니스장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출입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대학과 초·중·고교 테니스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시설 개보수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니 불편하겠지만 다른 시설을 이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