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대상 마약범죄 무기징역…국가핵심기술 유출 땐 최대 징역 18년

대법원 양형위, 7월부터 시행

대법원 양형위 기준 최종 확정
미성년 대상 마약범죄 무기징역

“사회적 우려·국민 공감대 반영”
산업기술 침해 유형 세분화하고
스토킹 기준 신설… 징역형 권고
조직 내 계급 따른 범죄 가중 처벌

오는 7월부터는 국가핵심기술을 외국으로 빼돌리는 기술유출사범에 대한 권고형량이 최대 징역 18년까지 상향된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이 대폭 높아지는 것이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약 범죄에 대해서는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게 되고, 양형기준이 없던 스토킹 범죄는 처벌 기준이 새로 만들어졌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스1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6일 이 같은 내용의 지식재산·기술침해 범죄와 마약 범죄, 스토킹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전날 회의를 통해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1월 만들어진 양형기준안에 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 확정한 내용이다. 이렇게 정해진 양형기준은 올해 7월1일 이후 기소되는 사건부터 적용된다.

 

양형위는 우선 기존 지식재산권 범죄 양형기준에 ‘산업기술 등 침해행위’ 유형을 새로 만들고, 양형기준의 이름도 ‘지식재산·기술침해 범죄’로 바꿨다.

 

이전까지 기술유출 범죄는 영업비밀침해행위 유형으로 분류됐는데, 국내유출 사범과 국외유출 사범 두 가지로만 구분을 해 왔다.

 

이러다 보니 국가 경쟁력을 훼손하는 국가핵심·첨단 기술 탈취 사건에 대해서도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핵심기술 고시에 규정된 ‘국가핵심기술’ 유출과 일반 영업비밀 유출이 미치는 파급력이 크게 다른데도 처벌 기준에는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받을 수 있는 양형기준상 최대 형량도 6년에 불과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양형위는 새로 마련한 ‘산업기술 등 침해행위’ 유형을 △직무상 비밀누설·도용 △국내침해 △산업기술 등 국외침해 △국가핵심기술 등 국외침해로 범죄를 세분화했다. 이 중 ‘국가핵심기술 국외침해’의 경우 가중형은 5∼12년으로 정했다. 여기에 특별가중인자(양형 가중에 대한 영향력이 큰 요소)가 2개 이상 존재하면 최대 형량은 18년까지 늘어난다.

산업기술 국내침해의 최대 권고형량은 기존 6년에서 9년으로, 산업기술 국외침해의 최대 권고형량은 9년에서 15년으로 상향했다. 양형을 가중할 수 있는 범위도 확대했다. 유출된 기술과 관련해 상당한 금액의 연구개발비가 투입됐다면 특별가중인자인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정했다. 피고인이 계약에 따라 산업기술 등을 비밀로 유지할 의무가 있는 사람인 경우에도 양형이 가중된다. 집행유예의 주요 참작 사유에서 ‘형사처벌 전력 없음’을 제외하는 등 집행유예 기준도 강화했다.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양형위는 “기술침해 범죄에 대한 엄정한 양형을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해 권고형량 범위를 기존 양형사례나 법정형이 동일한 유사 범죄군의 양형기준보다 상향된 형량 범위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양형기준은 일선 판사들이 판결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양형기준을 벗어나 판결하려면 판결문에 사유를 기재해야 한다.

 

마약 범죄에 대한 권고형량도 높아진다. 특히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마약류 범죄인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마약 범죄 양형기준에 ‘미성년자에 대한 매매·수수 등’ 유형을 신설한 것인데 영리 목적이 있거나 상습범인 경우가 대상이다. 양형위는 “최근 마약류 확산세와 10대 마약 범죄 증가 추세에 대한 사회적 우려, 미성년자 대상 마약 범죄에 대한 양형 강화 필요성, 미성년자에 대한 대마 수수·제공 등 범행에 대한 법정형의 상향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마약이 대량으로 유통되는 추세도 반영했다. 기존에도 ‘대량범’에 대한 별도 기준이 있었는데 권고형량 범위를 상향하고, 마약 범죄 유형과 가액(10억원)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을 권고하는 새로운 분류를 만들었다. 마약 10억원 상당은 필로폰 약 10㎏, 헤로인 약 12㎏에 해당하며, 필로폰 10㎏은 약 33만회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 밖에도 마약 중독의 관문이 되는 대마를 단순 소지하거나 투약하는 범행도 더 무겁게 처벌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새롭게 신설됐다. 우선 흉기를 소지한 범행인 경우엔 최대 5년까지 형이 가중될 수 있고, 일반 스토킹 범죄는 최대 3년까지 권고했다. 흉기 등을 휴대한 스토킹이면서 가중인자가 있다면 원칙적으로 징역형만을 내리도록 정하기도 했다. 일반 스토킹 범죄도 가중인자가 많으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다.

 

양형 가중 요소에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자를 야기한 경우’를 설정했다. 피해자가 범행으로 생활방식을 변경하는 등 가정생활이나 학업·생계에 피해를 받는 경우를 말한다. 또 다른 특별가중인자로는 ‘혐오 또는 증오감에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 ‘다른 범죄를 실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가 포함됐다. 조직 내 계급이나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피해자에게 범행한 경우에도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감경인자인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 등에는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해당 문구로 인해 마치 공탁을 하면 당연히 감경이 될 것처럼 오인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고려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