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거리가 썰렁해지고 마을 곳곳 집들이 비어가기 시작했다. 불이 꺼진 골목엔 사람 대신 쓰레기만 가득하다. 가로등마저 깜박거리며 생명력을 다했음을 알릴 때, 작은 불이 들어온다. 묵은 잠에서 깨어난 골목이 숨을 쉬기 시작한다. 기지개를 켠 도시는 생기가 돌고 활력이 솟는다. 살아난 골목은 모세혈관처럼 마을을 불 지핀다. 점은 선에서 공간으로 연결된다.
변화는 느리지만 사라지는 속도는 빠르다. 사라짐을 채우는 시간은 꽤 걸릴 듯하다. 동네가 살아나면 도심이 살고, 그것은 이내 도시의 활력이 된다. 누군가 떠난 자리는 채워지고 이로써 도시는 다시 살아나기 마련이다. 이른바 도시재생이다. 소비되는 도시가 아닌 서로 연결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탄생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백제 고도(古都)였던 도시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었다. 공동체를 구성할 사람이 외지로 떠났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옛 고도를 지켰다. 충남 공주시 이야기다.
◆제민천으로 몰리는 전국 각지의 청년들
◆주민 힘으로 한계 넘어 창조적 마을 조성
대전지역 곳곳은 지역주민들이 거주하는 주민과 지역 특성을 살려 동네자산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유성구 대학가인 궁동·어은동에 있는 동네 라이프스타일 컴퍼니 ㈜윙윙과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인 대동 하늘마을이 대표적이다.
‘윙윙’은 궁동에 있는 청년공동체 공간 벌집에서 시작했다. 벌집의 벌들이 날아다니는 소리에 날개라는 뜻인 ‘윙윙(wingwing)’을 더해, ‘우리 같이 날아보자’라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이들은 궁동과 어은동이 행정명으로 분리돼 있지만 하나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두 동네 모두를 포괄하는 용어로 ‘어궁동’이란 단어를 쓰고 있다. 윙윙은 청년기본조례 제정 등 정책 제안, 문화기획, 공유공간 운영, 로컬브랜드 창업, 지역공동체 활성화, 도시재생 등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윙윙 공동체원의 출발은 40여팀의 청년창업팀이다. 이어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네자산화’라는 가치에 공감해 1억원 넘게 투자했다. 현재는 어궁동 7개 건물, 20여개 공간에서 20여개의 창업팀이 활동하고 있다. 충남대학교와 카이스트(KAIST)가 있는 대학가이자 대덕특구가 있는 동네 특성상 지역주민을 비롯해 상인과 대학생, 창업가, 대덕특구 연구원 등 다양한 사람이 서로 경계를 넘어 소통하고 협력하는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태호 윙윙 대표는 “로컬크리에이터로서 윙윙은 창조적 에너지가 넘치는 동네 일명 ‘창조권’을 만드는 걸 추구한다”고 단언했다. 이어 “공간과 전문분야 간의 경계가 허물어 창조적 충돌의 가능성과 임팩트를 높이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쇠락하는 마을의 대명사였던 대전 동구 대동은 주민의 힘으로 자립과 도약 밑바탕을 만들어냈다. 언덕이 많은 마을 특성상 도시개발은 더뎠고 밀리게 됐다. 이곳 주민들은 마을을 살리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마을공동체 사업을 운영하면서 자립적으로 마을을 가꾸기 시작했다.
도시재생 대상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속도가 붙었다. 2021년 대동 주민들은 어엿한 마을관리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자립을 위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오는 4월 개관하는 ‘달빛아트센터’는 협동조합이 주도적으로 진행한 사업이다. 이곳은 마을박물관, 작품전시공간, 라탄 공예 등 각종 교육공간뿐 아니라 마을 카페와 공동작업소, 공유주방, 체육공간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