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군에서 30대 신입 공무원이 임용 약 두 달 만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돼 군이 감사에 착수했다.
지난 26일, 괴산군청은 9급 공무원 A씨(38)가 지난 4일 혼자 살던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2일 처음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A씨가 출근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고 집을 찾아갔지만, 이미 그는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당시 경찰은 유서가 없는 점과 타살 흔적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일반적 변사 사건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직장 상사의 괴롭힘과 과도한 업무지시 및 폭언이 A씨의 죽음으로 이어졌다며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 등에 감사를 요청했으며, 괴산군도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유족들은 A씨의 장례를 치르고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의 휴대전화에 녹음된 통화 내용과 회의 녹음 파일 등을 발견했다. 해당 파일에서 A씨는 친구에게 직장 내에서 겪은 어려움을 털어놓고 있었다.
A씨는 “임용 첫날 출근했더니 책상과 컴퓨터가 준비돼 있지 않았다”며 “며칠 뒤 컴퓨터가 준비되자 상사는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질타했다”고 말했다. 이어 휴일과 명절에도 추가 근무를 하느라 별도의 교육을 받을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상사의 꾸중은 대부분 주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어쩌다 한 번 혼나는 것이 아니고 거의 매일 30분에서 1시간씩 혼난다”며 발령 이후에도 “협력업체 직원 옆에서도 욕을 심하게 먹어 수치스럽다”고 통화한 내용도 포착됐다. 이어 상사가 너무 혼을 내자 “한 달도 안 된 애한테 너무 뭐라고 하는 거 아니냐?”고 주변에서 말렸지만 “한 달씩이나 됐다”고 반박한 일화도 담겼다. A씨는 “군수가 옆에 있을 때 (상사가) 혼내니 참모진이 와서 주의를 줬다”고 털어놨다.
A씨는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며 “미쳐버릴 것 같다”고 여러 차례 호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A씨는 지난달 24일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병원 측에 따르면 그가 5~6주 전부터 불면증을 앓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됐다. 유족들은 A씨가 출근하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인터넷에서 ‘자살’ 또는 ‘공무원 면직’ 등을 검색했다고도 얘기했다.
하지만 군청 측은 “갑질은 없었으며 업무 떠넘기기 및 집단 괴롭힘 등의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야근은 부서 특성상 자주 할 수밖에 없다”며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는 모든 의혹에 대해 억울함을 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을 전해들은 네티즌들은 괴산군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첫 발을 내딛는 힘든 발걸음인데 조금 더 응원하고 기다려 줄 순 없는 세상인건지”, “요즘 시대가 아직도 90년대인줄 아십니까?”, “괴로워 하는거 구경하면서 즐거웠냐?” 등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