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 주호민씨의 자폐 자녀를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제3자 녹음이 증거로 인정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수 교사들은 해당 사건 이후 교실 내 불법 녹음이 늘었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나섰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전국 지역 특수학교 등에서 발생한 ‘몰래 녹음’ 사례를 공개했다. 일부 교사들은 불법 녹음을 증거로 인정한 주씨 사건의 판결로 이런 녹음이 합법이라고 오인해 절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일 충청의 한 학교에서는 장애 학생의 옷자락에 꿰매어 숨겨진 녹음기가 발견됐다. 학부모는 자녀의 학교생활이 궁금해 녹음기를 넣었다고 했다. 이를 본 특수교사는 교권보호위원회에 이 사실을 알리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수도권의 한 특수학교 교사도 지난 23일 같은 피해를 겪었다. 그는 학생의 가방에서 녹음기를 찾아냈는데, 녹음기에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수업 내용이 모두 담겨 있었다. 해당 특수교사는 주씨와 특수교사 간 법정 공방이 떠올라 학교에 신고조차 못 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정황상 녹음이 됐음을 알게 되거나 휴대전화나 스마트 워치 등 도청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학부모가 실시간으로 대화 내용을 듣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경우 등 여러 지역 교실 현장에서 불법 녹음이 횡행하고 있다고 노조는 전했다.
특수교사노조는 “웹툰작가의 아동학대 고소사건에 재판부가 특수교사에 대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뒤 이 같은 불법 녹음이 더 많아졌다”며 “노조로 신고된 불법 녹음은 보통 아동학대의 정황이 있거나, 학교와 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특징을 공통적으로 가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주호민씨가 자신의 아들을 가르친 특수교사를 고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교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주씨 부부는 고소에 앞서 아들에게 녹음기를 몰래 들려 보내 교사의 수업 내용을 녹음했다. 이에 따라 재판 과정에서 ‘몰래 녹음’이 증거로 인정될지가 주요 변수로 떠올랐는데, 수원지법 형사9단독(판사 곽용헌)은 지난달 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 재판에서 몰래 녹음된 증거의 효력을 인정했다.
노조는 “(해당 사건 이후) 학부모들은 본인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불법 녹음을 이용한다”며 “하루 종일 교실 내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을 만한 부분을 발견할 때까지 녹음을 반복한 후 문제가 되는 부분을 짜깁기하여 교장 또는 교육청에 직접 민원을 넣거나, 심지어 아동학대 신고 자료로까지 쓰는 것은 전혀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며 올해 몇몇 대학 특수교육과 신입생은 미달됐다고 한다. 노조는 “(특수교육과 미달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현장 특수교사들은 자비를 들여 녹음방지기를 구입하고 있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교육 활동이 점점 더 두려워진다고 호소하는 형편이다. 특수교사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적극적인 생활지도와 행동 중재는 아동학대 신고를 불러온다’는 자조 섞인 글들이 올라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몰래 녹음’이라는 불신 가득한 현장이 아니라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교육 현장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특수교사와 학부모가 교육공동체로서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특수교육 시스템을 하루속히 마련할 뿐 아니라 현장을 반영한 현실적인 교육 정책을 마련해주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