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버스 파업인줄 몰랐는데, 당황스럽네요.”
28일 오전 7시30분 서울 지하철 4호선 사당역 인근의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직장인 최종원(35)씨는 뒤늦게 파업 소식을 접하고 황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지하철 시간표부터 확인했다. 사당역에서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으로 출근하는 최씨는 “네이버지도에 버스 도착 예정 정보가 없다는 것을 봤지만 오류인 줄 알았다”며 “서둘러 지하철을 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버스노동조합(버스노조)이 12년 만에 파업에 돌입하며 이날 서울 시내버스(7382대)의 97.6%에 해당하는 7210대의 운행이 중단됐다. 사실상 대부분의 버스가 운행하지 않은 것인데,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텅 빈 버스정류장을 찾은 시민들은 대체 편을 찾는 등 혼란을 겪었다.
평소 502번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직장인 김선아(28)씨는 버스정류장의 전광판에 뜬 ‘파업으로 타 교통수단 이용 바람’이란 안내를 보고 파업 소식을 접했다. 김씨는 “주변에 재난안전문자로 파업 소식을 접했다는 친구들이 있는데, 평소 알림을 꺼두고 있어서 파업인 줄은 몰랐다”며 “비가 와서 조금 일찍 나왔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0)씨는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데, 파업 때문에 서둘러 따릉이를 탔다”며 “비를 맞아가며 타긴 했지만, 몇대 남지 않은 따릉이를 빌려서 천만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몇몇 시민들은 급하게 택시를 잡으려 분주하게 움직였다. 인근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장모(17)씨는 “평소에는 따릉이를 타고 등교하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 버스를 타려고 했다”며 “택시도 안 잡혀서 지각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대학생 A(22)씨는 “택시앱으로 일반 택시 호출이 계속 거절돼 대형 택시를 부르려 했는데 3만원이 넘더라”며 “1교시 수업은 아무래도 지각할 것 같다”고 전했다.
버스정류장에 붙은 ‘시민 협조문’을 보고 분통을 터뜨리는 시민도 있었다. 협조문에는 “서울시내버스 노동조합의 파업 예정에 따라 시내버스 운행중단 또는 배차간격 지연이 예상된다”며 “평상시보다 극도의 교통 불편이 예상되니 불요불급한 통행이나 외출을 삼가시고 가까운 거리는 따릉이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가시길 권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60대 B씨는 “자기네들은 운행 다 중단해서 시민들 불편하게 해놓고 우리한텐 외출 삼가라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서울시는 버스 파업에 따른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지하철 운행 횟수를 총 202회 늘렸지만 혼잡을 피할 수는 없었다.
서울 지하철 2·4·5호선이 지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승강장 계단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서울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혼잡한 모습이었다. 개찰구부터 승강장 계단 아래쪽 20m까지 인파가 몰려 몸을 앞뒤로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한편 이번 파업은 버스노조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11시간이 넘는 릴레이 협상 끝에 임금 상승률 합의를 최종 결렬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노사 양측의 실무자 간 물밑 접촉을 이어가면서 임금 인상안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