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에 사교육업체 모의고사와 유사한 문항이 출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부가 수능 직전 출제진 합숙 기간에 발간된 모의고사까지 검증한다.
그간 문항과 정답의 '오류'만을 중심으로 진행했던 수능 문제 이의심사는 '사교육 연관성'도 들여다본다.
추천을 받은 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마련한 기준에 따라 선발했던 출제위원은 '상시 인력풀'에서 무작위로 선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 '사교육 연관성' 높은 수능 문제, 이의신청 할 수 있다
문항·정답 이의신청 심사기준에 '사교육 연관성'도 추가한다
그동안 이의심사는 문항·정답 오류에 대해서만 이뤄졌으나, 앞으로는 사교육 문항과 지나치게 비슷한 문항 역시 현직 교사가 참여하는 '수능 평가자문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검증한다.
실제로 2023학년도 수능 직후 평가원이 운영하는 이의신청 게시판에는 영어영역 이의신청이 349건으로 가장 많이 올라왔는데, 23번 문항에 대한 지적이 127건에 달했다.
하지만, 당시 평가원은 '문제·정답 오류'에 대한 이의신청이 아니므로 23번 문항은 아예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어 논란이 증폭됐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영어 23번 논란'에 대해 "수능 시행을 주관하는 평가원장으로서 엄중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있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의심사에서 사교육과 연관성이 높다고 최종 판단될 경우의 처리 방향에 대해서는 "좀 더 전문가들과 협의하고 기준을 마련해 나가겠다"며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오 원장은 "어느 정도 유사하냐, 그 문항이 특정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느냐 등을 봐야 한다"며 "예를 들면 2023학년도 (영어 23번) 문항 정도의 수준이라면 영향력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 그걸 기준으로 아마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 (이의심사)위원회에서 여러 가능성을 두고 판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수능 출제진 '무작위'로 선정해 공정성 높인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출제인력 관리와 출제진 선정도 체계화하기로 했다.
교육청과 대학 등 관계기관 협조를 받아 일정 기준을 만족하는 신규 인력을 사전 검증한 뒤 이를 '인력풀'에 상시 등록한다.
출제위원 기준은 대학 조교수 이상의 교원, 연구기관의 연구원, 고교 근무 총 경력 5년 이상의 고교 교사 또는 이와 동등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다.
사교육 업체를 통해 출제 경력을 홍보했다가 적발됐거나, 소득 관련 증빙을 통해 사교육 영리행위가 드러난 경우 인력풀에서 배제한다.
최종 출제위원은 이 인력풀에서 전산으로 무작위 선정할 방침이다.
교육부 인제선발제도과 관계자는 "기존에는 추천을 받은 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기준에 따라 출제자를 선정했는데, 앞으로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인력풀에서 출제위원을 '5배수'로 먼저 무작위 선발하고, 다시 전산을 통해 무작위로 (최종 출제위원을) 추려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능 출제 공정성 강화방안은 올해 6월 치러질 2025학년도 수능 모의평가부터 적용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제도 개선을 통해 수능 출제진과 사교육업계 사이의 카르텔을 근절해 나갈 것"이라며 "변별력을 확보하면서도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공정수능'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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