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 속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는 와중에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고 총선을 앞두고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0.01% 올랐다. 지난해 11월20일(0.03%) 조사 이후 18주 만의 상승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12곳은 상승, 5곳은 보합(0.0%), 8곳은 하락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마포구가 지난주 보합에서 이번주 0.12% 급등했다. 송파구(0.04%→0.05%)는 잠실·가락·방이동 주요 단지, 광진구(0.00%→0.04%)는 구의동 주요 단지, 동작구(0.05%→0.04%)는 동작·사당·상도동 위주로 상승했다.
반면 도봉구(-0.04%), 관악구(-0.03%), 강동구(-0.02%) 등 서울 외곽 지역은 여전히 수요를 회복하지 못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거래희망가격 격차가 해소되지 않아 관망세가 이어지고 지역·단지별 상승·하락이 혼재돼 나타나는 가운데 일부 선호단지 위주로 급매 소진 이 매수문의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며 상승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59㎡·3층)는 지난 4일 14억1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9월 같은 면적의 저층이 12억9800만원에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1억원 넘게 오른 셈이다.
서울과 달리 다른 지역은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주 전국 아파트값은 0.04% 내리면서 지난주(-0.03%)보다 오히려 하락폭이 커졌다. 수도권은 -0.02%에서 -0.03%, 지방은 -0.04%에서 0.05%로 낙폭이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나홀로 상승세’는 연이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실수요와 투자 수요를 모두 견인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부는 올해 1월29일부터 신생아 특례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2년 내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에 대해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전날 대상지 여건에 맞춰 용적률 상한 등 규제를 풀고 인센티브를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재건축·재개발 2대 사업지원 방안’을 내놨다.
건설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는 상황도 매매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770만78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5% 상승했다. 서울 민간아파트는 1년새 분양가가 24%나 올랐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계속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과 서울을 뺀 수도권 아파트 시장 간 격차도 벌어졌다”면서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빌라·오피스텔 선호도가 급감한 데다 신축 아파트 분양가는 너무 높아졌기 때문에 서울 아파트는 가격 방어가 더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