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국, 중국에 반도체 장비 서비스 제공말라”… 中 압박

양국, IRA법 이어 통상갈등 격화

상무차관, 부품 제한 등 동참 촉구
대선 앞두고 4 中 방문 옐런도
“中, 전기차 등 과잉생산 시장 왜곡”

네덜란드 총리와 회동 시진핑
“산업·공급망 차단 분열만 초래”

미국과 중국이 최근 대화 채널을 재개해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둔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다시 높이고 있다.

미 상무부 고위 관계자는 27일(현지시간) 동맹국에 대(對)중국 반도체 제조 장비 서비스를 제공하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자국 생산 전기차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문제 삼아 전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이후 나온 발언으로 미·중 간 통상 갈등이 불붙는 모양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이날 워싱턴 연례 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어떤 것(장비)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떤 것은 제공하지 않는 게 중요한지 결정하기 위해 우리 동맹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우리는 그런 주요 부품들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것을 촉구하고 있으며 그게 우리가 동맹들과 하는 대화”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넘어 기존의 장비 사용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지난 21일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도 반도체 제조 장비뿐만 아니라 중국에 이미 수출한 장비에 필요한 서비스와 부품의 판매도 동맹과 함께 다자 차원에서 통제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자국 기업이 중국 반도체 생산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막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고, 이후 네덜란드와 일본이 동참했다. 다만 네덜란드와 일본의 경우 자국 기업들이 수출통제 시행 전에 이미 판매한 장비를 중국이 계속 운영하는 데 필요한 유지·보수 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중국 전기차 및 태양광 산업의 과도한 생산 확대가 세계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조지아주에 위치한 태양광 모듈 업체 서니바를 방문, “중국의 생산 과잉이 국제 가격과 생산 질서를 왜곡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노동자와 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니바는 중국산 태양광 저가 제품의 영향에 견디지 못해 2017년 문을 닫았다가 IRA에 따른 보조금 지원을 받고 다시 문을 연 기업이다. 옐런 장관은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중국의 카운터파트를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다음 달 중국을 방문해 고위급 인사들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옐런 장관이 평소 미·중 관계 관리 필요성을 강조해 온 만큼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미·중 관계 관리를 위한 방문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 동맹국들과 관계 개선 및 견제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7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회동에서 “인위적으로 기술 장벽을 만들고, 산업과 공급망을 차단하는 것은 분열과 대립을 초래할 뿐”이라며 “진정으로 안전한 세상은 깊은 통합과 상호의존의 세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ASML을 보유한 네덜란드를 향해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견제 전선에 동참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앞서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지난 20일 7년 만에 호주를 방문해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과 진행한 회담에서 “독립은 호주의 대외 정책에서 중요한 원칙이 돼야 한다. 중국·호주 관계는 제3자를 겨냥하지도, 제3자의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도 않아야 한다”며 “양국 관계가 기왕 올바른 궤도로 돌아왔으니 주저하지도, 이탈하지도, 뒤를 돌아보지도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