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고 빈 땅에 초록 기운이 깃든다. 계절의 시계가 봄의 중반을 향하면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도시농부의 손길은 더 분주해진다. 겨우내 굳은 흙을 갈아엎은 뒤 어떤 작물을 기르면 좋을지, 품종과 모종은 무엇이 좋을지 얼굴엔 하나같이 설렘이 가득하다.
우리나라의 도시농업은 다소 복합적인 성격을 띤다. ‘도시농업’이라는 말이 생기기 이전부터 우리에게는 집 근처 자투리땅에 무엇이라도 심고 가꾸던 문화가 있었다. 이는 민족 정서에 뿌리내린 농경문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고도 성장기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이런 문화의 연속성을 단절시켰다. 그러다 1990년대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도시 안에서 “생명을 가꾸고 싶다”는 열망에 기인한 텃밭 공동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중 일부를 농업 활동을 통해 해결하려는 몸부림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도시농부는 200만명에 육박하고 도시농업 면적은 1000㏊ 이상, 이제는 국민 20명 중 1명이 도시농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농업은 도시공간에서 가족, 지역 주민과의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동시에 도농 교류의 역할을 한다. 유아와 초중고 미래 세대에게는 생태계 가치와 자연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환경적 효과와 사회문제 해결, 연관 산업의 확대·창출까지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농업경제학회 전문가와 함께 도시농업의 가치를 따져 보니 무려 5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명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