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외압 의혹 사건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호주 대사 임명 및 출국 논란과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이 회칼 테러 사건’ 언급 논란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값 875원’ 논란까지 4·10 총선을 앞두고 잇따른 ‘용산발 악재’에 국민의힘의 힘이 다소 빠진 가운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우리는 이겼던 당이고, 이길 수 있는 당”이라며 당원들을 독려하고 나섰다. 아울러 정권 심판론과 윤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범죄자’로 몰아붙이며 “정치를 개 같이 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독설도 퍼부었다.
한 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8일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요즘 선거 어렵다는 소리 많이 들으실 거다. 실제로 어렵다”면서도 “이 선거의 주인공인 우리는 달라야 한다. 서로를 믿자. 이길 수 있고, 이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2년 전을 생각해 보자. 180석의 거대 여당이 단체장까지 모두 움켜쥐고 있었다. 기울어진 언론 지형에, 선거 3일 전엔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까지 나왔다. 그래도 우리는 승리했다”며 2022년 대선 승리를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지금이 그때보다 상황이 어렵나. 지금 우리 후보들이 상대보다 못한가. 그렇지 않다. 저와 여러분의 가슴 속에 그때의 열정과 필승의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다시 승리할 수 있다”고 독려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유세에선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이 전진하느냐, 후진하느냐, 융성하느냐, 쇠퇴하느냐, 공정해질 것인가, 범죄자들의 지배를 받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라며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이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범죄자들과 법을 지키는 선량한 사람들 사이의 대결”이라고 4·10 총선의 성격을 규정했다. 그러면서 유세 현장마다 민주당 이재명,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강한 어조로 이들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민생개혁, 정치개혁을 할 것”이라며 “그 전제조건으로 범죄자 세력이 여러분 같은 선량한 시민을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굉장히 중요하다. 정치를 개 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이지, 정치자체는 죄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조국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검찰 독재 조기종식, 서울시민과 함께’ 기자회견 자리에서 한 비대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한 마디로 말해서 (한 위원장이) 조금 켕기나보다”라며 “상세한 이야기는 하기 싫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이 특정 세대, 특정 지역에서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전국을 돌면서 그렇지 않음을 확인했다”며 “진보와 보수, 어느 지역 상관없이 윤석열 정권의 무도함, 무능함, 무책임함에 대한 전국민적 분노와 실망이 가득 찼음을 느꼈다”고 반박했다.
조 대표는 “가장 보수적이라고 하는 대구에서도 조국혁신당을 향한 뜨거움을 실감하고 왔다”며 “많은 국민이 지역과 세대를 불문하고 4월10일에 윤석열 정권을 표로써 심판해야겠다는 의사표시를 현명하게 저희에게 주신다”고 밝혔다. 이어 “조국혁신당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민주당과 협력, 연대가 필요하다”며 “민주당과 손잡고 협력해서 검찰개혁 말고도 먹고 사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기 화성에서 유경준(화성병)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한 위원장의 선거운동 기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태세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종북 심판, 이런 얘기가 나오던데, 그런 슬로건 가지고 이번 선거 치르면 중도층 표심이 더멀어질 것”이라며 “이재명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비판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힘을 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집권 책임을 맡은 여당으로서 어떻게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