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터널’을 지나는 당신, 이런 행동은 하지 마세요

101만명.

 

지난 2022년 기준으로 우울에피소드와 재발성우울증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 수다. 100만명이 넘는 환자가 의사를 만나면 던지는 공통적인 질문이 "제가 좋아지긴 할까요" "얼마나 지나야 좋아지나요" 등이다.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과 조급한 마음의 표현이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람마다 회복의 기간은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 중에서 순식간에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심한 스트레스 환경에 있는 사람이 입원을 통해 스트레스 환경을 벗어나면 그 자체로 갑자기 좋아지기도 한다. 대인관계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도 빨리 좋아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백 교수는 그러나 “대인관계 민감성이 높은 사람이 갑자기 좋아졌다고 하면, 의료진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하루만에 금방 좋아졌다’라고 말하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실제 알고 보면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 만큼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회복에는 최소 2∼3개월이 걸린다.  

 

긴 회복의 기간, 환자가 피해야 할 행동은 무엇이고, 어떤 행동을 하면 도움이 될까.

 

백 교수는 신간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를 통해 우울할 때 하면 좋은 활동과 우울증일 때 피해야 할 행동에 대해 조언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상담과 치료를 이어가며 일상의 루틴을 회복하는 것이다. 먹고 자고 움직이는 것을 비롯해 운동과 친구들과의 소소한 시간도 이에 포함된다. 운동치료는 때로 약물치료 수준의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친구와의 수다나 영화를 보는 등의 활동이 모두 재미없게 느껴진다면 우울증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조급할 필요는 없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경희대병원 제공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리프레시’라는 이유로 떠나는 여행이다. 가볍게 우울감의 경우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우울증이 심할수록 여행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여행의 특성상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 온종일 함께 해야 하고, 우울증이 심할 때는 이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결정은 일단 미루는 것이 좋다. 직장, 결혼, 사업 등 중요한 결정은 우울증이 회복된 이후 미루는 것이 좋다. 세상을 어둡게만 보는 경향이 있어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중할 것을 찾는 것은 회복에 도움이 된다. 윈스턴 처칠은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잠시라도 몰입할 수 있으면 기분이 나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만 회복 전까지는 언제든지 기분이 다시 바닥을 칠 수 있다. 

 

백 교수는 “환자들로서는 좋아졌다가 나빠질 때가 더 괴롭다. 이럴 때는 주치의와 기분 그래프를 작성해 계속 바닥을 친 시간보다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좋은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