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싸움을 둘러싸고 전통문화와 동물 학대라는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조사 절차가 보류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29일 "소싸움에 대한 기초 학술조사를 먼저 진행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국가무형문화재 종목 지정 조사 추진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문화재청은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무형문화재 신규 종목 지정을 위한 조사 대상에 소싸움을 포함했으나, 반대 목소리가 잇따르면서 계획을 다시 검토하게 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동물·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지정 조사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논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무형문화재위원회 전통지식 분과 회의에서 문화재위원들은 소싸움에 대한 학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위원들은 소싸움의 역사성과 전승 주체, 사행성, 동물 학대 등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을 조사해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봤다.
이들은 스페인의 투우, 태국의 닭싸움 등 유사한 사례를 각국에서 어떻게 보는지, 국제협약 기준에서 볼 때 문제가 될 부분은 없는지 등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이들은 세시풍속으로 전해지는 소싸움과 현재 상설적으로 운영하는 소싸움 경기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밝혔다고 문화재청은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소싸움이 갖는 전통적 의미와 세시풍속으로서의 가치, 국내외의 비슷한 사례 등을 검토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 이후 지정 조사 추진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싸움은 두 마리의 소가 뿔 달린 머리를 맞대고 싸우는 경기다.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은 "우리나라에서는 약 2천년 전부터 소를 이용했고, 이때부터 소싸움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으리라고 본다"며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 민속놀이"라고 규정한다.
현재 경북 청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매년 민속 행사의 하나로 소싸움을 열고 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는 소에게 싸움시키는 것 자체가 고통이자 학대 행위라고 주장하며 폐지를 주장해 왔다. 지금의 소싸움 경기가 전통적 가치와는 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