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장편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가 미국에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올랐었다. 이 현상은 미국이 이민자들로 만들어진 사회라는 특징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영화의 첫 장면은 어느 바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한국 여성과 유대인 남자, 그리고 한국 남성을 보여주면서 이들의 관계를 추측하는 남녀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는 부모와 함께 캐나다에 이민 갔다가 뉴욕에 와서 작가의 삶을 사는 노라가 서울에 사는 초등학교 시절 단짝인 해성과 페이스북으로 만나고 뉴욕에서 다시 만나 짧은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제기하는 인연이라는 개념은 비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는 신선할지라도 우리에게는 그리 새롭지 않은 개념이다. 인연이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각종 소셜미디어로 예전 학교 동창들을 다시 만나서 모임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국의 극장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지 우리가 이제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당연하게 여기는 개념을 미국인들에게 소개한 것이 이 작품의 미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아시아 영화가 본국보다 서양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광우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