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네이션은 '돈 내쇼'" 농담에 빵 터진 서울대 총동창회

고광석·금난새·류진, 제26회 관악대상 수상 '영예'
문화예술 후원 위한 기업인의 '기부' 화제에 올라
법대 79학번 尹대통령 "민생 최우선으로 챙길 것"

고광석 아람기획 회장, 금난새 성남시립교향악단 총감독 겸 상임지휘자, 류진 풍산그룹 회장 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 3인이 서울대학교 총동창회가 수여하는 제26회 관악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관악대상은 한국 사회와 서울대 발전에 기여한 동문들의 공로를 기리고자 1999년 제정되었으며 그동안 홍성대 전 상산학원 이사장, 손경식 CJ그룹 대표이사 회장, 이길여 가천대 총장, 소프라노 조수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 김영란 전 대법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등 쟁쟁한 인사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 정문 광장의 야경. 서울대 홈페이지

◆고광석·금난새·류진, 제26회 관악대상 수상 '영예'

 

서울대 총동창회는 29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관악대상 시상식 및 2024년도 정기 총회를 개최했다. 관악대상 운영위원회 김인규 위원장은 경과 보고에서 총 9명의 후보자를 놓고서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를 진행한 끝에 고 회장, 금 지휘자, 류 회장 3인을 뽑았다고 밝혔다.

 

고 회장은 1959년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으며 졸업 후인 1963년 법대에 편입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960년 4·19 의거 당시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그로 인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법대를 졸업하고 1970년 은행에 입사해 국제통화기금(IMF) 개입을 초래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까지 법률 및 세무 상담역으로 근무했다. 후학 양성을 위해 서울대 총동창회에 20억원을 기부하고 ‘이태석 신부의 수단 어린이 장학회’에도 10억원을 쾌척하는 등 나눔과 봉사의 정신을 실천해왔다.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를 오래 진행해 대중에게도 낯익은 금 지휘자는 1966년 서울대 음대에 입학했다. 졸업 후 국립교향악단 전임지휘자, KBS 교향악단 전임지휘자, 인천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서울예고 교장 등을 역임하며 클래식 음악 대중화와 문화예술 발전에 앞장섰다. 서울대 총동창회 측은 “서울대 나눔 가족음악회 등 다양한 동창회 행사에 재능기부 차원에서 참여함으로써 동문들의 화합과 나눔의 장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대 총동창회가 수여하는 제26회 관악대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고광석 아람기획 회장, 금난새 성남시립교향악단 총감독 겸 상임지휘자, 류진 풍산그룹 회장 겸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서울대 총동창회 제공

◆문화예술 후원 위한 기업인의 '기부' 화제에 올라

 

류 회장은 1978년 서울대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다. 1997년 ㈜풍산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데 이어 2000년부터 현재까지 ㈜풍산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2023년에는 옛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이름을 바꾼 한경협 회장에 추대됐다. 방위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풍산그룹을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육성한 점, 한·미동맹 강화 등을 위한 경제 외교의 선봉에 선 점, 거액의 기금 조성을 통해 서울대 발전에 기여하고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수행한 점 등이 후한 평가를 받았다.

 

세 사람이 수상 소감을 밝히는 동안 장내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금 지휘자는 과거 서울예고 교장으로 일하던 시절 재학생들의 미국 공연을 류 회장이 후원한 사실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영어로 기부를 뜻하는 ‘도네이션’(donation)이란 표현을 썼다. 그러자 류 회장은 “(금 지휘자가) 영어로 ‘도네이션’ 할 때마다 ‘돈 내쇼’로 들린다”고 화답했다. 발음의 유사성에 착안한 류 회장의 농담에 행사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29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6회 관악대상 시상식 및 2024년도 서울대 총동창회 정기 총회의 마지막 순서로 서울대 응원단(단장 최민서)이 공연하고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법대 79학번 尹대통령 "민생 최우선으로 챙길 것"

 

이날 시상식에 앞서 김종섭 서울대 총동창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44만 동창회 회원들에게 “서울대 졸업장을 가진 우리는 다른 학교 졸업생들과는 달라야 한다”며 “서울대인은 우리 사회의 난관을 극복하는 데 앞장서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고 당부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축사에서 “모교 발전을 위하는 동문들의 변함없는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서울대는 우리 동문의 성원에 보답하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대 법대 79학번인 윤석열 대통령도 축전을 보냈다. 서울대 총동창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축전에서 고 회장 등 3인의 관악대상 수상을 축하한 뒤 “저 또한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자유와 공정의 가치가 바로 선 나라를 만드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팎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대한민국 재도약의 새 길을 열겠다”며 “동문 여러분께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상식에 이어 열린 서울대 총동창회 정기 총회에선 김종섭 현 29대 회장을 제30대 회장으로 연임시키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2022년 3월 취임한 김 회장은 2026년 3월까지 2년간 더 총동창회를 이끌게 됐다. 총회는 곽수근(서울대 명예교수)·김영갑(서광법률사무소 변호사) 총동창회 감사의 유임도 추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