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번 류현진의 99승 아홉수…"이제 전쟁이 시작됐다"

미국 진출 전부터 개인 통산 99번째 승리 도전 비운
2012년엔 동갑 강정호, 올해엔 동갑 황재균에게 동점 허용

2012년 10월 4일 대전구장(현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마운드에 서기 며칠 전 류현진(한화 이글스)은 이렇게 말했다.

"내 등번호와 같은 99번째 승리를 거두고 미국에 진출하고 싶다. 100번째 승리는 한국 복귀 첫 번째 경기에서 거둬 의미를 더할 것"



류현진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앞둔 KBO리그 2012시즌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다.

당시 최악의 팀 전력 탓에 최하위에 머물던 한화는 에이스 류현진이 선발 등판하는 날에도 어처구니없는 수비 실수와 답답한 타격을 이어갔다.

류현진은 2012시즌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22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으나 승리는 9승(공동 15위)밖에 거두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도 류현진은 이를 악물고 던졌다. 미국 진출 전 마지막 등판 경기이자 개인 통산 99번째 승리가 걸린 10월 4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와 홈 경기에서 특히 그랬다.

류현진은 엄청난 집중력을 보였다.

그는 6회까지 단 2안타를 내줬고 9개의 삼진을 잡았다. 한화는 1회 최진행의 좌중월 솔로 홈런으로 1점을 내는 데 그쳤지만, 류현진은 1-0의 리드를 지켜나갔다.

그러나 7회 1사에서 류현진은 통한의 동점을 내줬다. 동갑내기 친구 강정호에게 우월 솔로 홈런을 얻어맞은 것. 실투 하나가 아쉬웠다.

류현진은 이후 이를 더 꽉 물고 공을 던졌다.

8회와 9회를 삼자범퇴로 막았다.

그러나 한화는 점수를 못 냈다.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아무도 류현진을 말리지 못했다. 99번째 승리를 거두겠다는 강한 집념으로 연장 10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류현진이 연장 10회 마지막 타자 문우람을 2루 땅볼로 잡아냈을 때 전광판에 나온 투구 수는 129구.

현대 야구에선 볼 수 없는 투구 수였다.

그러나 한화는 연장 10회말에도 점수를 내지 못했고 결국 연장 12회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류현진의 99승 도전은 그렇게 끝났다.

류현진은 아쉬움 속에 KBO리그 생활을 마무리하고 MLB에 진출했고, 2023시즌까지 78승 48패 평균자책점 3.27의 성적을 남긴 뒤 한화로 돌아왔다.

햇수로 12년 만에 다시 시작된 '99번째 승리'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류현진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시즌 개막전 LG 트윈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그리고 29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홈 개막전 kt wiz전에서 6이닝 8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승리를 거두진 못했다.

한화는 12년 전 그때처럼 1회에 두 점을 먼저 뽑았으나 추가 득점에 실패했고, 류현진 역시 5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지만 6회에 동점을 허용했다.

실점 상황도 데자뷔 같았다.

류현진은 2사 1, 2루 위기에서 강백호에게 실투를 던져 좌전 적시타를 허용해 2-1이 됐고, 이어진 2사 1, 3루에서 동점 적시타를 내줬다.

동점을 내준 상대는 황재균이었다.

12년 전엔 1987년생 동갑 친구 강정호가 류현진의 99번째 승리에 찬물을 끼얹더니 이번에도 동갑 친구 황재균이 류현진의 승리를 무산시켰다.

경기 후 류현진은 관련 질문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제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99번째 승리를 향한 여정은 계속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