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시작했는데 벚꽃은 어디에…윤중로 찾은 시민들 "아쉬워"

송파 석촌호수도 벚꽃 드문드문…살구꽃·개나리가 나들이객 맞아
작년엔 벚꽃축제 끝나기도 전에 지더니…올해도 '벚꽃 엇박자'

"피긴 폈네, 벚꽃 말고 개나리, 살구꽃…. 여기서라도 사진 찍자."

서울의 대표적 벚꽃축제인 여의도봄꽃축제가 29일 시작된 후 첫 주말이자 낮 기온이 15도까지 올라 다소 포근한 30일 오후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은 눈에 띄게 한산했다.

여의도봄꽃축제 개막일인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윤중로를 찾은 연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의도봄꽃축제가 이틀째 진행 중이지만 정작 벚꽃이 피지 않은 탓이다. 줄지어 선 왕벚나무 약 1천900그루에서 꽃망울은 볼 수 있었지만 연분홍빛으로 무리 지어 피어나 탄성을 자아내는 벚꽃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산책로 100m가량을 걸으며 보니 나들이를 나온 시민은 10여명에 불과했다. 나들이 인파 대신 총선 운동에 돌입한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유세소리가 거리를 메웠다.

윤중로가 한산한 데는 전날 몰려온 황사 탓도 커 보였다. 마스크를 쓰고 길을 가는 시민도 보였다.

그나마 윤중로에 살구나무가 꽃을 피워 벚꽃을 기대하고 나온 시민의 아쉬움을 달랬다. 활짝 핀 노란 개나리꽃도 시민을 반겼다.

살구꽃 앞에서 어머니와 함께 줄을 서던 한강연(31)씨는 "오늘 안양천에 갔다가 벚꽃이 너무 안 펴서 여기 온 건데 그나마 볼만한 것들이 있다"며 "아무래도 봄의 상징은 뭐니뭐니 해도 벚꽃인데 상황이 이래서 아쉽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올라왔다는 이민기(27)씨는 "벚꽃도 안 피었는데 황사까지 오는 바람에 다음 주에 또 와야 되나 싶다"고 말했다.

여의도봄꽃축제 개막일인 29일 오후 아직 벚꽃이 피지 않은 서울 여의도 윤중로 일대가 한산하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는 나들이객으로 가득 차는 인근 음식점도 이날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씨는 "작년에는 벚꽃을 보러 왔다가 식당 앞에서 1시간 동안 기다린 기억 때문에 어디서 점심식사를 할지 걱정했는데, 오늘은 사람이 많이 없어서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부스에서 먹거리를 파는 김모(47)씨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손님들을 어떻게든 잡아둬야 한다"고 했다. 운영 부스 관계자도 "벚꽃이 너무 안 핀 것 아니냐며 아쉬워하는 시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여의도봄꽃축제는 4월 4∼9일이었는데 따뜻한 날씨와 봄비로 축제가 시작하고 얼마 못 가 꽃이 떨어져 버렸다. 올해는 축제를 앞당겨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로 계획했으나 아직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벚꽃이 피지 않으면서 축제기간과 또 엇박자가 났다.

지난 27일 호수벚꽃축제가 시작된 송파구 석촌호수 역시 '벚꽃 안 핀 벚꽃축제' 상황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전날 황사비가 내리다 그친 것을 반가워하며 비교적 포근한 봄날씨를 만끽하러 나온 시민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 여의도를 찾은 시민들이 매화와 산수유가 핀 한강공원 산책로를 거닐고 있다.

벚꽃이 한창 필 때와 비교하면 인파가 적었지만 평소 주말보다는 많은 편이라 인파관리 요원들이 "한 방향으로 걸어달라"고 거듭 안내했다.

그래도 연분홍 벚꽃이 군데군데 핀 나무는 간간이 볼 수 있었다. 벚꽃을 머리에 꽂고 연신 사진을 찍던 박모(20)씨는 "황사도 신경 쓰이고 벚꽃도 거의 없지만, 이렇게 포근한 날씨가 일 년에 며칠이나 되겠느냐. 곧 있으면 더워질 테니 얼른 봄을 즐겨야 한다"며 웃었다.

벚꽃 대신 화사하게 핀 개나리나 살구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래는 시민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친구 5명과 한 달여 전부터 나들이를 계획해 경기 수원시에서부터 이곳을 찾았다는 황모(50)씨는 친구들을 잡아끌며 "피긴 폈잖아. 벚꽃 말고 개나리라도. 여기 와서 서봐"라고 재촉했다.

이날 기상청 관측자료에 따르면 벚나무 관측이 이뤄지는 20개 지점에서 모두 벚나무 발아는 이뤄졌지만, 제주와 부산 등 남쪽 지역을 제외하면 개화는 아직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