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향해 “정치를 개같이 한다”, “쓰레기 같은 말을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4.10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에 대한 ‘비호감’ 여론을 자극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거친 입을 비판해온 한 위원장의 ‘막말 공격’은 총선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을 더 높이고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중도층을 붙잡는데도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위원장은 31일 더불어민주당 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의 사기 대출 논란에 대해 “국민에게 피해를 준 사기 대출이 맞다”고 했다.
양 후보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사면서 대학생 딸 명의로 사업 자금 대출을 11억원 받아 논란이 됐다. 양 후보는 딸이 사업할 의도가 없음에도 사업자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한 위원장은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니 사기가 아니다’는 양 후보의 입장에 대해 “그렇게 따지면 음주운전을 하면 피해자 없나. 이재명 대표 대장동 비리도 피해자는 없는 것이다. 이 대표 법카 쓴 것도 피해자 없는 거다. 장난하나”라고 반박했다.
“정치를 개 같이 하는 게 문제”라는 거친 표현으로 야당을 저격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번에는 “쓰레기 같은 말”이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후보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한 위원장은 30일 경기 부천 지원 유세에서 편법 대출 논란이 제기된 민주당 양문석 후보(안산갑), 박정희 전 대통령과 군 위안부 비하 발언 논란이 불거진 같은 당 김준혁 후보(수원정)에 대해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한 위원장은 두 후보를 겨냥해 “이 사람들은 항상 이런 식이다. 우리 같은 선량한 시민들에게 법을 지키라 하고 모든 고통을 감내하라면서도 뒷구멍으로는 늘 이런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에 대해서는 “초등학생을 성관계 대상으로 이야기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그 대상으로 비유를 들었다”며 “이런 쓰레기 같은 말이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말인가”라고 비난했다.
또 이재명 대표를 향해 “이 대표가 자기 형수에 대해 한 말을 들어봐 달라”고 직격한 뒤 “김준혁과 이재명의 쓰레기 같은 말들, 그게 바로 그 사람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 여러분 위에 군림하며 머릿속에 넣고 정치로 구현할 철학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한 위원장의 발언 수위는 높아지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28일 서울 신촌 집중유세에서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대표 등을 겨냥해 “쓰레기 같은 말”을 한다고 한 데 대해 “정치 언어를 더는 오염시키지 말라”고 맞받았다.
강민석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쓰레기란 말 그렇게 입에서 함부로 꺼내는 것 아니다” 며 “한 위원장 입이 쓰레기통이 되는 걸 모르냐”고 직격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경기 화성정 지원유세 중에 한 위원장의 해당 발언에 대해 “얼마 전에는 ‘정치를 개 같이 하는 게 문제다’라고 이야기하던데 막말 정치는 좀 작작하고 정책 선거, 개혁 선거를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총선 투표가 10여일 남은 가운데 초박빙 접전지가 속출하면서 막말이 선거정국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면서 “의붓아버지” “계모”에 빗대 논란을 빚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를 두고 “국가나 정부라고 하는 것이 든든한 아버지, 포근한 어머니 같아야 하는데 지금은 의붓아버지 같다. 매만 때리고 사랑은 없다”며 “계모 같다. 팥쥐 엄마 같다”고 말했다.
조국 대표도 “이 꼬라지(꼴) 그대로 가다 나라 망하겠다, 이런 판단으로 힘을 실어달라”고 사투리 속어를 동원했다.
이에 대해 유권자들은 “극도로 민감한 선거국면에 정치지도자들의 막말은 정치불신만 깊어질 것”이라며 “상대를 저격하는 막말은 지지층만 열광시킬 뿐, 선거 당락을 좌우할 중도층을 잡는데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