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물가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금사과’로 대표되는 먹거리 체감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최근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까지 오름세를 보이는 여파다. 정부가 농·수산물 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긴급 재정을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지만, 대내외 요인들로 실제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2일 발표 예정인 3월 소비자물가 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3%대 초반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31일 8개 증권사(NH투자·교보·메리츠·DB금융투자·상상인·신영·하나·하이투자)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3.2%로 전망됐다. 유일하게 메리츠증권만 2%대(2.9%)를 제시했다. 나머지는 3.2% 또는 3.3%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 3%대 후반까지 치솟다 올해 1월 2.8%로 ‘반짝’ 하락했다. 2월에 다시 3.1%로 높아진 데 이어 3월에도 3%대 초반으로 전망된다.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위협 등 지정학적 위기가 이어지고 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감산을 연장하면서 유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국제유가 인상은 석유류 제품의 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자물가를 자극한다.
원·달러 환율도 올라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 29일 원·달러 환율은 1347.2원에 마감했다. 올해 첫 개장일(1300.4원)과 비교하면 50원 가까이 올랐다. 환율 상승은 세계 각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취하면서 상대적으로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낸 결과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4.48로 연초 대비 3%가량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수입물가지수가 지난해 11~12월 연속 떨어졌다가 올해 1~2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 것도 이런 대외 변수와 맞물려 있다.
향후 물가 눈높이를 보여주는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3월 들어 3.2%를 기록, 전월보다 0.2%포인트 올랐다.
물가 당국도 2%대 인플레이션으로 안정되기까지 조금 더 시일이 걸릴 수 있다며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는 ‘2%대 물가’ 진입 시점을 4월 이후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최근 정부가 긴급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해 농산물값 상승을 억누르고 있지만, 3월 통계지표로 반영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물가 안정이 우선순위인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의 전망대로 “물가가 울퉁불퉁한(bumpy)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3%대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한편, 정부는 주말에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에서 물가 상황을 점검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매장과 양천구 신영시장을 찾아 소비자 체감물가를 점검했다. 송 장관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도 정부는 민생 안정을 위해 납품단가 지원, 농산물 할인 지원 등의 정책으로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마트에는 “가격 인상 최소화, 자제 할인행사 등을 통해 정부 정책에 지속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