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갑, 전국 유일 ‘30대 청년 후보’ 대결… 심판론 vs 일꾼론 접전 [심층기획-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도봉갑 민주 안귀령 vs 국힘 김재섭

15대부터 21대까지 민주당 대표 ‘텃밭’
GTX-C노선 개통·창동 역사 등 숙원

안, ‘윤정권 심판’ 띄우며 표심 모으기
김, ‘도봉의 아들’ 등 지역 연고 내세워

“윤·한 심판 필요한 때… 안 후보 참신”
“김 후보 일 잘한다는 이야기 자주 들어”

“윤석열 정권 심판, 1호선 전면 지하화 추진! 도봉 대변인 안귀령”

 

“오랜 시간 간절하게 준비했습니다. 이번만큼은 꼭! 도봉 사람 김재섭”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4일 차에 접어든 31일, 서울 도봉구 지하철 1·4호선 창동역 입구마다 나붙은 도봉갑 후보들의 현수막 근처로 양측 후보의 유세차량이 연달아 빙글빙글 돌며 열띤 홍보 경쟁을 펼쳤다. 이번 총선에서 도봉갑은 전국 254개 선거구 중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모두 30대 청년 정치인이 출사표를 던져 이목을 끌고 있다. 민주당은 YTN 앵커 출신으로 당 대변인을 맡은 1989년생 안 후보를 ‘깜짝 등장’시켰고, 국민의힘에서는 전 비상대책위원인 1987년생 김 후보를 ‘1호 공천’으로 일찌감치 낙점했다.

 

이날 두 후보는 오전부터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오전 11시 두 후보는 서울 노원구 인덕대에서 진행된 후보자 토론회 방송 녹화에 참석해 지역 현안과 정책을 두고 뜨겁게 맞붙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후보자 토론회는 유권자들이 각 후보의 차별성을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녹색정의당 윤오 후보까지 참여한 도봉갑 후보자 토론회는 4월3일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다. 또 이날 부활절을 맞이해 안 후보와 김 후보는 순복음도봉교회에서 열린 오후 예배에도 참석하며 또 한 번 마주했다. 이후 안 후보는 쌍문역으로, 김 후보는 벚꽃축제가 열린 우이천으로 각각 달려가 치열하게 주민 품속을 파고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안귀령 후보(가운데)가 지난 30일 도봉구 창동 도봉경찰서 앞 사거리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안귀령 후보 페이스북

도봉갑은 민주당의 대표 ‘텃밭’이다. 민주화운동의 대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15대 총선부터 내리 3선을 지냈고, 그의 부인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19대부터 21대까지 명성을 이어왔다. 하지만 2022년 지방선거부터 기류가 변화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도봉갑에서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15.55%포인트 앞질렀고, 도봉구청장 선거에선 국민의힘 오언석 후보가 1.68%포인트 차의 신승을 거뒀다. 민주당으로선 수성이, 국민의힘으로선 탈환이 절실한 지역이다.

최근 여론조사는 지난 11∼12일 실시된 ‘여론조사꽃’의 자체 무선전화면접 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만 이뤄져 표심을 가늠하긴 어렵다. 해당 조사에서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문항에 안 후보는 41.3%, 김 후보는 33.1%를 기록했지만, 오차범위(±4.3%) 내에 있어 안 후보가 긴장감을 늦추긴 이르다.

 

안 후보는 이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폭주하는 윤석열 정권을 멈춰 주십시오! 안귀령의 이름으로, 윤 정권을 심판해 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담은 선거공보물을 올리며 ‘정권심판론’을 부각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콘텐츠를 지역 공약으로 채워 넣겠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내리꽂기 공천, 무연고 출마 등에 대해선 “부정적인 기류를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재섭 도봉갑 후보(가운데)가 지난 27일 서울 도봉구 쌍문동 한양1차 아파트단지 내 경로잔치에 참여해 지지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김재섭 후보 캠프 제공

이에 맞서는 김 후보는 ‘도봉이낳은스타(도낳스)’, ‘도봉의 아들’ 등 지역 연고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김 후보는 유년기를 도봉에서 보내고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민들과 꾸준히 접촉면을 넓혀 왔다. 이날 김 후보는 통화에서 “도봉갑은 어려운 지역이긴 하지만 ‘든든한 도봉 사람’임을 열심히 뛰면서 보여드리려 한다”며 “민주당 후보들의 막말·부동산 문제와 같은 악재들이 터진 상황에서 ‘200석 승리’를 외치는 오만한 모습에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다. 격전지에선 표심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날 도봉구 이마트 창동점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의 반응은 ‘정권심판론’과 ‘지역을 아는 일꾼론’으로 엇갈렸다. 송모(70)씨는 “국민의힘에서 ‘이·조 심판론’을 주장하던데, 윤석열과 한동훈을 심판하는 ‘윤·한 심판’이 필요한 때”라며 “인 의원도 잘해 왔지만, 안 후보가 참신하게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모(60)씨는 “안 후보는 선거구를 몰라서 창피를 당했지 않냐”며 “김 후보는 일 잘한다고 이야기를 자주 듣고, 동네 소식지에서도 봤다”고 답했다. 지역민들의 지지가 팽팽히 갈리는 가운데 두 후보는 도봉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조기 개통’과 ‘창동 민자역사 개발’ 등을 공통적으로 강조하며 표심을 끌어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