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물가’ 당분간 계속되나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3%대 물가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금사과’로 대표되는 ‘먹거리 체감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최근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까지 오름세를 보이는 영향이다. 최근 정부가 농수산물 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긴급 재정을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지만, 대내외 요인들로 실제 장바구니 물가 체감으로 이어지기에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2일 발표 예정인 3월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 동월대비 ‘3%대 초반’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세계일보는 1일자 지면에서 이러한 소식을 전했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부진에 주요 시중은행의 전월 대비 가계대출 잔액이 11개월 만에 줄은 소식도 전했다.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에서 시민이 할인 애호박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증권가, 3월 물가상승률 평균 3.2% 전망 

 

31일 8개 증권사(NH투자·교보·메리츠·DB금융투자·상상인·신영·하나·하이투자) 리서치센터는 3월 물가상승률로 평균 3.2%를 전망하고 있다.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메리츠증권만 2%대(2.9%)를 제시했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모두 3.2% 또는 3.3%를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 3%대 후반까지 치솟다 올해 들어 1월 2.8%를 기록하며 ‘반짝’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달 다시 3.1%로 높아진데 이어, 3월에도 3%대초반 전망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 소비자물가를 이끈 품목은 농산물이었다. 특히 사과를 비롯한 신선과일이 이례적으로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변수로 작용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국내외 변수들이 포괄적으로 작용하는 양상을 보인다. 무엇보다 국제유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달 28일 배럴당 83달러에 거래됐다. 2월 초(72~73달러)와 비교하면 15% 안팎 올랐다.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위협 등 지정학적 위기가 이어지고 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감산을 연장하면서 유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국제유가 인상은 석유류 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원·달러 환율도 오르면서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원·달러 환율은 1347.20원에 마감했다. 올해 첫 개장일(1300.4원)과 비교하면 50원 안팎 올랐다. 이는 각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취하면서 상대적으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낸 탓이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4.48로 연초 대비 3%가량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수입물가지수가 지난해 11~12월 두 달 연속 떨어졌다가 올해 1~2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 것도 이런 대외변수와 맞물려 있다.

 

향후 물가 눈높이를 보여주는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3월 3.2%로 전달보다 0.2%포인트 올랐다. 물가 당국도 2%대 인플레이션까지 조금 더 시일이 걸릴 수 있다며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2%대 물가’ 진입 시점을 4월 이후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최근 정부가 긴급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해 농산물값을 조절하고 있지만, 3월 통계지표로 반영되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말대로 “물가가 울퉁붕한(bumpy)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3%대 물가가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정부는 주말에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에서 물가 상황을 점검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매장과 양천구 신영시장을 찾아 소비자 체감 물가를 점검했다. 송 장관은 이자리에서 “앞으로도 정부는 민생안정을 위해 납품단가 지원, 농할지원 등의 정책으로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대형마트에 대해서는“가격인상 최소화, 자제 할인행사 등을 통해 정부 정책에 지속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모습. 연합뉴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 2.1조원↓

 

은행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3월28일 기준 693조6834억원으로, 2월 말(695조7922억원)보다 2조1088억원 적다. 월말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해도 지난해 4월(-3조2971억원) 이후 11개월 만에 첫 감소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종류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36조307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657억원 줄었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가 전월 대비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역시 11개월 만이다. 신용대출 잔액도 전월 대비 6354억원 줄어든 103조497억원으로, 작년 10월(+6015억원)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감소는 2년 반 가까이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부진이 이어진 결과로 보인다. 비은행권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이미 2월(-1조8000억원)부터 줄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년 반 만에 100% 밑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2020년 3분기 처음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섰고, 2021년에는 105%대까지 올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4분기엔 100.1%로 전년 동기 대비 4.4%포인트나 떨어졌다. 

 

가계부채가 감소 추세로 자리 잡았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시중 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대환대출, 신생아 특례대출 등의 정책금융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극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인위적으로 대출 금리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규 대출 유입을 억제해 가계대출이 크게 늘지 않도록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2월 주담대 금리를 0.23%포인트 인상한 신한은행은 4월에도 0.1~0.3%포인트 올릴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주담대 금리를 연 0.23%포인트 올린 데 이어 대출 유입 추이를 지켜보고 추가 인상을 결정할 방침이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금리 인상 여부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