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천명'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굽히지 않겠다는 자세를 재차 강조하면서, 이미 한달 반 가까이 이어진 의사 집단행동이 더욱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들의 불안과 불편이 극심해지고 있지만, 의사들 역시 대화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은 채 정부에 대한 강경 발언을 계속하고 있어 정부와 의사 사이 대치 상황은 총선 이후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 尹 "통일된 안 달라" vs 의사들 "증원 철회가 우선"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목소리는 더 과격하다.
임현택 의협 차기회장 당선자는 "면허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 전공의·의대생·교수들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 "의사 출신 개혁신당 비례후보를 반드시 당선시킬 것",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더구나 그는 의대 정원을 오히려 500∼1천명 줄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대화의 조건으로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의 파면, 의대 증원에 관여한 안상훈 전 사회수석 공천 취소,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의사들이 '2천명 증원'을 둘러싸고 평행선을 내달리고 있는 데다, 사태를 논의할 대화를 시작하지도 못한 채 상대에 대한 강경 발언만 이어가고 있어 갈등의 봉합은 요원한 실정이다.
◇ 정부 다시 '강공' 나설 가능성도…5월 말까지 공방 치열할 듯
정부는 지난달 24일 의사들과의 대화 추진 방침을 발표하면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에 대해 '유연한 처리'를 하겠다고 밝혔지다.
하지만 대화가 시작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만큼, 정부가 다시 전공의에 대한 행정·사법 처리에 나서며 강공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복귀) 명령을 내린 뒤, 돌아오지 않은 대부분의 전공의에게 의사면허를 3개월 취소하겠다는 내용의 사전통지서를 다양한 방법으로 발송했다.
의견진술 기간이 끝나면 면허정지에 대한 본 통지가 가능한데, 대상 전공의 중에서는 지난주부터 의견진술 기간이 끝난 사례가 나와 본 통지 대상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는 쪽으로 다시 선회하면 수십명 혹은 수백명에 대한 면허정지가 한꺼번에 내려질 수 있다.
의대 교수들이나 의협의 집단행동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이 내려지면 더 강경해질 가능성이 크다. 전공의들은 면허정지 처분을 받으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될 수 있다.
정부와 의사들 사이에 대화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대치 상황이 확산일로를 걸으면서 5월 말 '2025학년도 대입전형 수시모집요강'에 의대 정원이 최종 반영될 때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 사이 정부와 의사들 사이 '법정 공방'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대생과 의사 등은 이미 정부를 상대로 의대 증원 배분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했다.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사례가 나오면 이와 관련해서도 가처분 신청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그동안 흔들림 없이 '2천명 증원'을 공언해온 만큼, 어떠한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증원 추진을 접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전공의들과 의대 교수들, 의협의 집단행동 등을 염두에 두고 증원 추진을 준비해 온 만큼, 의사들의 반발에 쉽게 뜻을 접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는 "선거가 끝나면 오히려 정부가 의대 증원을 더 흔들림 없이 강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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