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에 대한 답답함이 커진다.”
인천 동구에 사는 박모(42)씨는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국정 무능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수도권 민심은 여당을 향해 싸늘하다. 야당이 4년 전 코로나19 속에 치러진 총선에서 85%를 싹쓸이한 구도가 좀처럼 변화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최근 집권 여당이 쏟아내는 ‘공약 폭탄’이 막판 표심에 변수로 작용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1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서울 24개 지역구 선거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여당이 우세한 곳은 강남을과 서초을 2곳뿐이었다. 서울 전체 지역구는 48곳이다. 여당이 사활을 걸었던 한강벨트는 수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아성이 높은 ‘강남3구’마저도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곳이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3월 누적 여론조사(전화면접 방식)를 봐도 4·10 총선의 선거 결과를 묻는 질문에서 서울 유권자(745명)의 정부 지원론 응답은 40%로 정부 견제론 50%와 10%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인천·경기(1278명)에서는 정부 지원론 33%, 견제론 56%로 그 격차가 더 컸다. 전국(4004명 대상) 기준으론 정부 지원론 39%, 견제론 50%로 서울은 평균과 비슷했고, 인천·경기는 정부 견제론이 평균보다 우세했다.
60석이 걸린 경기도에선 여당 후보가 앞선 곳은 성남 분당을과 여주·앙평, 동두천·연천, 포천·가평 정도밖에 없다. 오히려 김학용·안철수·유의동 의원 등 여당 중진이 포진한 경기 남부는 기존 의석 수성도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다만 시민들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성남 분당에 사는 주민 양모(33)씨는 “현 정권에 대한 반감과 이재명 전 시장에 대한 반감 가운데 어느 쪽을 마음에 둘지 고민”이라고 했다. 의왕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55)씨는 “요즘 ‘이종섭·황상무 사태’ 때문에 시장 상인들도 굉장히 불만이 많았다”며 “도시개발 이슈가 있는 지역이라 다양한 사업을 끌어올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아직 남아 있다”고 전했다.
경기 북부와 외곽 지역은 여당 입장에선 사정이 나았지만, 예전처럼 일방적인 지지세는 감지되지 않았다. 최근 경기 북부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는 한 국민의힘 캠프 관계자는 “중앙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며 “우리당 지지자들조차 정부가 더 잘해야 한다는 따끔한 지적을 많이 하신다”고 했다.
대선 주자들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인천 계양을도 좀처럼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인천 14개 지역구 중 여당이 앞선 곳은 무소속으로도 생환했던 윤상현 후보(동·미추홀을)와 당 전략기획부총장인 배준영 후보(중·강화·옹진) 두 명뿐이다. 그마저도 모두 오차범위 내 접전이 펼쳐지고 있어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