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대학병원 교수들이 외래진료를 최소화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동네병원들도 주 40시간 진료에 돌입하기로 하면서 의료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첫날인 1일 현재까지 동네병원들의 단축진료 참여는 극소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학병원들 역시 아직 큰 변화는 없는 모습이지만 환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주민 눈치에 휴진 어려워”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날 “개원의들도 주 40시간 근무시간을 지키는 ‘준법 진료’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김성근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차원에서 (주 40시간) 참여를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도 “많은 회원들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안으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동네병원들도 항의표시를 하겠다는 의미이지만 취재 결과 아직까지 단축 근무 참여는 저조한 모습이다. 이날 서울과 경기 20여곳에 단축진료 여부를 물었지만 진료시간을 줄이겠다는 병·의원은 한 곳도 없었다.
당장 대형병원의 진료 상황에 큰 변화는 없다지만 환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크다. 사태 장기화에 따른 진료 공백은 더 커질 수 있다.
충청권 대형병원인 단국대병원과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외래병동 등 곳곳에서는 환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한 환자 가족은 “52시간 준법투쟁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의사 대신 간호사들만 왔다 갔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 가족은 “의사들이 주 52시간 진료에 들어간다면 심각한 수술공백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제주대병원은 이날부터 교수 153명이 24시간 연속 근무를 선 다음날부터 주간 근무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외래와 수술 일정을 조정했다. 제주대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30%대이다.
병원 앞에서 만난 외래환자들은 “가뜩이나 진료받기 어려운데 교수들의 진료시간을 더 줄이면 환자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입을 모았다. 김모(67)씨는 “당뇨병을 앓고 있어 주기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불안하기 그지없다”며 “진료 예약이 취소되지 않을지 걱정돼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울산대학교병원 1층 권역응급의료센터 접수창구 앞에는 ‘응급실 진료지연 안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팻말엔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 외 일반진료는 제한되거나 장시간 지연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울산대병원 관계자는 “아직까진 진료와 수술 축소 요청이 없어 일정을 조정하지 않고 있지만, 52시간 준법투쟁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속 교수 일부는 이날부터 외래진료를 줄이겠다며 병원 측에 일정 조정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대병원은 전공의 집단이탈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일부 진료과에서 신규 환자를 아예 받지 않고 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집행부에서도 의사들에게 본인 건강을 고려해 스케줄을 조정하라고 당부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