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을 9일 앞둔 1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낙동강 벨트’를 비롯한 부산·경남(PK) 격전지를 찾아 ‘집토끼’ 단속에 나섰다. ‘텃밭’으로 불리는 PK에서조차 당 지지율이 흔들리며 위기감이 커지자 보수 표심 다잡기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부산 사상을 시작으로 중·영도구, 남구, 부산진구, 연제구, 해운대구, 북구를 차례로 훑은 뒤 경남 창원 진해·성산, 김해 등 PK 지역구 10곳에서 지원 유세를 펼쳤다. 지난달 28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후 수도권 유세에 집중해왔던 한 위원장이 첫 비수도권 유세지로 PK를 택한 것은 그만큼 지역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PK를 찾은 한 위원장은 ‘여당 프리미엄’을 내세워 민생 공약과 지역 발전을 약속했다. 그는 이날 부산 사상구에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 연 매출 8000만원→2억원 상향 조정 △손실보상지원금 환수 유예·장기 분납 추진 △자영업자 육아휴직제 도입 등 소상공인 공약을 발표했다. 또 부산에서는 산업은행 이전, 가덕도 신공항 조기완공,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 부산 사직구장 재건축 등 지역 숙원 사업을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영도구에서 “국민의힘은, 저는 부산의 1992년 염종석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2024년에 여러분에게 앞뒤 안 재고 훗날을 생각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여러분을 위해 뛰고 싶다”고 말했다. 신인 투수였던 염종석 선수가 데뷔 첫해 부산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것처럼, 정치 신인인 자신이 이번 총선 승리를 가져오겠다는 취지다.
또 한 위원장은 낮은 국정 지지율을 의식한 듯 ‘정권 심판론’과 거리 두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해운대구 유세에서 “우리 정부가 여러분의 눈높이에 부족한 것이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그 책임이 저한테 있지는 않지 않나”라고 호소했다. 이어 “제가 여러분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면 (비대위원장을 맡은) 97일 동안 어떻게든 바뀌지 않았나. 앞으로도 원하시면 그렇게 하겠다”며 “저희에게 기회를 한 번 달라”고 읍소했다.
야권을 향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 공세 역시 빠지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저희가 읍소하니 이재명이 악어의 눈물이라고 했다”며 “이 대표는 정말 쓰레기 같은 욕설을 형수에게 한 다음에 그게 드러나자 국민에게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게 악어의 눈물”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깡패들 싸움에도 명분이 필요하다’는 대사가 나온다면서 “이재명과 조국이 정치하고 표 달라는 명분이 뭐냐”고 했다. 이어 “자기가 감옥 안 가겠다, 죄짓고 처벌받으니 대한민국에 복수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대한민국 정치에서 이따위 명분을 보셨냐”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