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강(强)달러 현상에 2일 장중 원·달러 환율이 1350원선을 넘어섰다.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경기에다가 다양한 대외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엔화·위안화 동반 약세도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이달 ‘배당 시즌’을 맞아 외국인들이 달러로 환전하는 시기도 도래하면서 당분간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3원 오른 1354.7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시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30일(1356.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경기가 아직 견조하다는 지표 발표가 달러 강세를 이끌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3으로 전월치(47.8)보다 상승한 데다 시장 전망치(48.1)도 웃돌았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강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조기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줄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도 둔화한 점이 달러 강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원·달러 환율의 경우 1349.4원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종가 기준으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외요인들 겹쳐 ‘원화 약세’
시장에선 최근 원화 약세 상황이 다양한 대외 불안요인들로 인해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강한 미국의 성장세에 따른 강달러 현상과 더불어 원화와 상관관계가 높은 엔화·위안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전날 내놓은 ‘외환(外患)에 빠진 외환시장’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은 대외 불안요인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4월 배당 시즌 계절적 요인도 나타나며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연구소는 지난달 미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연내 기준금리 3회 인하 전망을 유지했음에도 스위스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의 금리 인하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달러화 강세 기조가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에도 일본은행(BOJ)이 당분간 완화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점과 중국의 경기 부진 등으로 위안화 약세 압력이 심화한 점 역시 원·달러 환율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현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경기 우려에 따른 BOJ의 추가 긴축 기대 약화와 경기 회복을 위한 인민은행(중국 중앙은행)의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전망 등으로 엔화와 위안화의 급격한 강세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도 이에 연동되면서 하단이 지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금융시장연구실장도 최근 보고서에서 “(3월 중) 미 연준 FOMC에 대한 기대에 연동돼 1310∼1340원 범위에서 등락한 원·달러 환율은 완화적인 FOMC 내용에도 불구하고 BOJ 회의 이후 엔화 약세, 위안화 절하 압력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美 금리 인하 본격화 전까지 ‘강달러’”
이달 원·달러 환율은 대외 불안요인이 이어지는 가운데 계절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 연구위원은 “연준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엔화와 위안화 절상 요인도 부재한 상황”이라며 “최근 원화 약세를 촉발한 대외요인들이 단기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은 가운데 4월 배당 시즌 외국인의 달러화 수요 증가 또한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오 연구위원은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
일본과 중국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가 지속되는 점 등은 환율의 상단을 제한한다”며 향후 2주간 원·달러 환율은 1320∼1360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다.
허 실장은 “원·달러 환율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위안·달러, 엔·달러 환율 상승에 연동돼 단기적으로 1330∼1350원 범위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여타 국가 간의 경기·통화 정책의 차별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연준이 금리 인하를 본격화하기 전까지는 당분간 달러 강세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글로벌 증시 동반 상승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일본·중국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 등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