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의 주 52시간 단축 근무 이틀째이자, 이제 막 전공의 생활을 시작하려던 인턴들의 임용 등록 마감인 2일 의료계가 여전히 꿈쩍하지 않고 있다.
올해 인턴 과정을 시작해야 했던 예비 전공의들은 이날까지 임용 등록을 하지 않으면 상반기에 수련받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서 별다른 복귀 기류는 형성되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개원의들도 '준법 진료'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은 참여 정도가 미미한 수준이다.
◇ '번아웃' 교수들 자율적으로 진료시간 조정…"중환자 진료 지속"
수련을 시작해야 할 인턴들이 임용 자체를 거부하며 등록하지 않는 가운데,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에 따른 업무공백 장기화로 의대 교수들은 번아웃(소진)에 처한 분위기다.
주요 병원은 각각의 교수 인력과 진료과 상황에 맞춰 진료 시간과 수술 등을 조절 중이다. 이미 수술을 절반으로 줄인 데 이어 세부 조정에 나서고 있다.
다만, 수술이나 외래 진료를 줄이는 건 중증·응급 환자를 돌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들 대부분은 아직 병원에 남아 진료를 이어가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교수들의 근무가 줄면서 중환자 진료도 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교수들은 필요한 중증환자 진료는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소속 교수 A씨는 "교수나 진료과마다 완전히 상황이 달라서 (진료나 수술은) 개별로 조정하는 중"이라면서도 "진료 시간을 조정한다고 해서 중환자를 없애는 건 아니다. 이송할 수 없는 중증·응급 환자는 다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사직서 제출에 즈음하여 환자분께 드리는 글'에서 필수·중증·응급 진료에 집중하기 위해 일부 환자에 불편을 끼치는 데 송구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 이를 때까지 계속 진료에 임할 것"이라며 "하지만 의사도 사람이어서, 사태 장기화로 의료진의 체력과 정신력이 바닥나고 있다는 것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 개원가 진료 축소는 '아직'…집단행동 가능성 배제는 못해
개원가에서는 진료 축소의 여파가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고 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주 40시간 '준법 진료'를 하겠다며 진료 축소 동참을 선언했다.
의협의 발표 이후 집 근처 병의원까지 진료를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아직 뚜렷한 축소는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규모가 작은 동네 의원은 대부분 평일에는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토요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료하는 식으로 근무한다.
평일 하루 중 오전이나 오후를 쉬면서 진료시간을 조정하는 경우도 많아서 대개 주 40시간 안팎 일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주 40시간'으로 축소하는 게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부 의원은 의협 지침에 따라 진료 시간을 앞뒤로 30분씩 1시간가량 단축해 평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토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1시까지만 진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들의 체감할 만한 불편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의료계 안팎의 관측이다.
다만, 의정 갈등 장기화 국면 속에서 의료계의 반발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 집단 휴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서울 지역의 한 개원의는 "개원한 의사들은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과 편의를 생각해 주말이나 늦은 시간에도 진료해왔던 건데, 정부에서 의사들은 돈 때문에 움직인다는 식으로 몰고 있지 않으냐"며 "개원가에서도 불만과 분노가 적지 않고 우리도 뭔가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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