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부산 KCC의 라건아(35)는 명실상부한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레전드다. KBL은 물론 귀화 선수로 국가대표팀에서도 맹활약을 이어왔다. 2018년 특별귀화 자격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아시안게임에 2연속 출전한 라건아는 최근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프로 무대에선 KBL 챔피언결정전 우승 4회, 외국인 선수 최우수 선수(MVP) 3회 등의 금자탑을 쌓았다. 역대 2번째인 통산 700블록, 외국인 최다인 1만 1000점 이상을 기록했다.
이런 라건아가 ‘라스트 댄스’를 앞두고 있다. 2023∼2024시즌 플레이오프를 치른 뒤 거취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KCC와 3년 계약이 끝나는 라건아가 국내 무대에 더 남을지도 미지수다. KCC의 ‘슈퍼스타’ 허웅을 비롯해 전창진 감독까지 그의 마지막 여정을 기대하는 이유다.
KCC는 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서울 SK와 6강 PO(5전 3승제) 1차전을 시작으로 봄 농구에 돌입한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최준용을 영입하며 허웅, 라건아, 송교창과 함께 슈퍼팀을 구성한 KCC는 정규리그를 5위로 마무리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젠 PO 무대에서 자존심을 회복할 때. 상대는 타고난 ‘득점 기계’ 자밀 워니가 버티는 SK다. 라건아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상대인 워니를 최대한 틀어막아야 한다. 동시에 공격에서도 일정 부분 이상 득점 지원을 해야 한다.
단기전에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중요한 만큼 그를 향한 기대도 크다. 허웅은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3∼2024 프로농구 PO 미디어데이에서 “라건아가 KCC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즌이다. 그가 앞으로 한국에서 계속 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도 이번 PO에서 150%를 발휘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창진 감독도 라건아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전 감독은 “SK에는 워니라는 확실한 득점원이 있어서 힘든 상대다. 하지만 허웅이 말했듯이 라건아가 굳건하게 잘 막을 거라고 믿는다”며 “정규시즌 동안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PO 특성상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라건아의 의지도 크다. 실제 라건아는 정규리그 막판 자신의 클래스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지난달 29일 울산 현대모비스와 홈 경기에서 자신의 한 경기 개인 최다인 43점을 퍼부으며 팀의 110-103 승리를 이끌었다.
한편 KCC는 SK를 꺾어도 4강 PO에서 정규리그 1위팀 원주 DB를 만난다. 김주성 감독이 이끄는 DB는 이번 시즌 압도적인 기세로 선두에서 내려오지 않는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이뤘다. 과연 라건아와 KCC가 최후의 승자로 거듭나 유종의 미를 거둘지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