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제품·어망 재활용 ‘착한 가전’ 개발… “2050 RE100 실현” [연중기획-대한민국 ESG 경영 리포트]

‘新환경경영전략’ 실천하는 삼성전자

갤럭시 S24 스피커, 재생 희토류 사용
패키지 박스는 재활용 종이로만 만들어
2030년까지 7조 투입 ‘순환경제’ 구축
리사이클센터 확대·업사이클링 활성화

국내 사업장 폐열로 산업용수 등 활용
2040년 반도체 공정 오염물질 제로화
전력 사용도 줄여 탄소 배출량 최소화
“글로벌 환경 난제 해결 적극 공헌 계획”

올해 초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시리즈에는 여러 가지 재활용 소재가 쓰였다. 상·하단 스피커 모듈과 케이스 전면, S펜 내부 커버, 측면 및 볼륨 키, 전면 스크린, 후면 유리, 배터리 등 다양한 부품에 포함됐다. 배터리에는 최소 50% 재활용 코발트가 사용됐다. 스피커는 재활용 희토류가 100%, 재활용 강철이 40% 이상 쓰였다. 측면과 볼륨 키에는 10%의 재활용 열가소성 폴리우레탄 탄성체(TPU)가 적용됐다. 패키지 박스는 100% 재활용 종이로 만들었다. 과거에는 패키지에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됐으나 S24 시리즈 패키지의 플라스틱 함유량은 1.7%에 불과하다.

 

이 같은 재활용 소재 활용은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삼성전자의 노력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부터 스마트폰, TV 등 가전에 이르기까지 전자산업 전 영역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제조기업이다. 2021년 전력 사용량은 25.8테라와트시(TWH)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그러나 환경위기 해결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시대적 과제다. 삼성전자는 2022년 신(新)환경경영전략을 선언하고 원료부터 제품 생산, 폐기 이후까지 전 과정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조성된 연못 모습.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그린센터'를 통해 정화해 조성했다. 삼성전자 제공

◆폐어망·폐가전으로 원료 재활용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신환경경영전략은 2050년 전 세계 사업장에서의 탄소중립 달성이 목표다. 공정가스 저감, 폐전자제품 수거 및 재활용, 수자원 보존, 오염물질 최소화 등에 2030년까지 총 7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원료부터 생산·폐기·재활용까지 전자제품의 모든 주기에 걸친 ‘순환경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재활용 소재로 전자제품을 만들고 다 쓴 제품을 수거해 자원을 추출한 뒤 다시 이를 제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소비자들이 접하는 스마트폰, TV, 냉장고 등 모든 제품에는 재생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재활용 유리 등의 사용을 늘리고 있다.

 

폐어망도 활용한다. 매년 약 64만t의 폐어망이 바다에 버려지는데, 삼성은 글로벌 과학기업 DSM과 손잡고 세계 각지에서 폐어망을 수거해 플라스틱 물질과 99% 유사한 소재로 가공·변환, 재활용한다. 폐어망은 갤럭시Z 폴더블폰 등 스마트폰과 버즈, 태블릿, 로봇청소기 등의 부품으로 재탄생했다.

해양에서 수거한 페트병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플라스틱은 고해상도 모니터 후면 커버에 적용됐다.

 

버려지는 제품은 재활용을 위해 수거한다. 삼성은 현재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폐제품 수거 체계를 갖추고 있다. 2030년까지 삼성전자가 제품을 판매하는 모든 나라인 180여개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는 1998년부터 국내 최초 폐전자제품 종합재활용센터 ‘아산 리사이클링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별 물류센터에서 회수 체계를 구축해 폐전자제품을 수거한다. 회수한 폐전자제품에서는 구리, 알루미늄, 철, 플라스틱 등을 추출해 부품이나 제품에 재활용할 수 있다. 아산리사이클링센터에서 추출하는 유가 자원은 한 해 3만t이 넘는다.

 

자원순환 프로그램 ‘갤럭시 업사이클링’도 있다. 사용하지 않는 구형 갤럭시 스마트폰 기기를 스마트홈 연결에 이용할 수 있다. 앱을 설치하면 내장된 센서를 통해 소리와 조도 등을 인식해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아이라이크(EYELIKE)’ 안저 카메라 사업을 통해서는 중고 갤럭시 스마트폰을 휴대용 디지털 검안기로 활용한다. 인도나 모로코 등 의료여건이 불충분한 개발도상국에서 아이라이크 안저 카메라를 활용해 안과 진료 활동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사업장 전경. 평택사업장은 국제수자원관리동맹(AWS)으로부터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제조 공정에서 탄소배출을 줄여라

 

제조 공정에서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을 실현하는 일도 중요한 도전 과제다.

 

삼성전자는 공장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사용을 줄이기 위해 사업장 운영 중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활용하고 있다. 기흥, 화성 등 사업장에서 설비 냉각수 및 폐수 방류수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공정에 필요한 용수와 공조시스템의 열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용도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갖춰진 해외 사업장 먼저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한다. 이미 미국, 유럽, 중국, 베트남, 인도, 한국 디바이스경험(DX)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완료했다. 2025년 중남미, 2027년 모든 해외 사업장과 DX 부문 전 사업장 전환을 거쳐 2050년 글로벌 사업장 전환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검안기로 개조한 갤럭시 스마트폰. 스마트폰을 디지털 검안기로 개조해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아이라이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는 설비 테스트 시간 단축과 부대설비 운전 온도 조건 개선 등을 통해 전력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 꼭 필요한 물 자원도 아낀다. 물을 덜 쓰고, 다시 쓰고, 재활용하는 ‘3R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사업장에 필요한 수자원은 2030년까지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지만, 용수 재이용률을 극대화해 2021년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뉴질랜드 서비스센터에 설치된 모바일 폐제품 수거함.

또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대기와 수질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신기술을 적용해 2040년부터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자연상태’로 처리해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류의 당면 과제인 환경위기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향한 도전을 하고 있다”며 “초격차 기술력과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환경 난제를 해결하는 데 공헌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