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권 가상자산거래소 크립토닷컴이 이달 말 국내 서비스를 정식 출시한다고 선언했다. 고팍스를 인수한 바이낸스에 이어 해외 거래소들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될 것인지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내외 거래소들이 본격 경쟁에 돌입하면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보다 질 좋은 서비스를 누릴 공산이 크다. 수수료 절감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국내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규제가 만만치 않은 데다 업비트와 빗썸이 독보적인 점유율을 확보한 국내 시장에서 해외 업체가 경쟁력을 갖출지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에릭 안지아니 크립토닷컴 사장 및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서비스 출시를 2년 반 동안 준비해왔다”며 “출시일은 4월29일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안지아니 사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에 진출하는 이유에 대해 “가상자산 투자자가 600만명인 데다 성숙한 투자자들이 많은 트렌드 선도국가라고 생각한다”며 “지불 결제, 엔터테인먼트, 게임 산업 등에서 여러 혁신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립토닷컴은 전 세계 10위권 거래소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분석 사이트 코인게코가 유동성과 운영 규모, 보안 등을 자체 분석한 거래소 신뢰도 순위에선 6위를 차지했다.
앞서 크립토닷컴은 2022년 6월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가진 거래소 오케이비트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앞으로 코인 간 거래가 가능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거래소 서비스를 먼저 내놓고, 이후 시중은행과 실명 계좌를 추진하는 등 원화 거래소 승인에도 도전하겠다는 계획이다.
패트릭 윤 크립토닷컴 코리아 대표는 “코인 거래 서비스 운영 경험을 쌓으며 국내 모든 규제에 맞춰 서비스한다는 점을 증명하면 다음 목표는 원화 마켓”이라며 “시중은행하고 (관련 절차를) 잘 준비하고, 진행되고 있다고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유명 해외 거래소의 국내 시장 진출 선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계 1위 바이낸스도 국내 진출을 위해 2022년 말 국내 원화거래소인 고팍스를 인수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 금융당국에서 2년 가까이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를 수리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크립토닷컴이 가진 가상자산사업자 국내 라이선스 갱신은 연말로 예정돼 있다.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우리 금융당국의 심사 기준을 통과하려면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더구나 국내 가상시장은 이미 업비트와 빗썸이 거래 점유율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
크립토닷컴은 국내 거래소와 차별을 위해 가상자산 리서치, 김치프리미엄(국내외 비트코인 가격 차이)이 없는 적정가격 등을 내세웠지만, 당장 원화 거래를 할 수 없다는 게 약점이다. 국내 거래소에서 구입한 가상자산으로만 거래해야 하는 등 불편이 크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국내 업계의 기존 틀을 깨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업비트는 케이뱅크를 통해 은행에 안 가도 업비트 계좌를 만들어 연동하기 쉽고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유동성도 풍부하다”며 “(거래) 쏠림현상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는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 침체로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줄었지만, 올해는 비트코인 급등에 힘입어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나무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7% 감소한 1조154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0.9% 감소한 6409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보유한 가상자산 가격이 연말 급등하면서 순이익은 전년 대비 6배 증가한 8050억원을 기록했다. 빗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358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49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순이익은 243억원으로 4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분위기로 보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던 2021년의 절반 정도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며 “빗썸 등은 수수료가 낮아졌기 때문에 역대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을지는 하반기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