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는 치킨로드였다…가축화한 닭 중앙亞서 세계로 확산"

獨 연구팀 "중앙아 실크로드 유적지 12곳서 가축화된 초기 닭의 알 확인"

고대 동·서양 문물 교류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실크로드가 세계에서 중요한 먹거리 중 하나가 된 가축화한 닭이 세계로 퍼져나가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지구인류학 연구소(MPIG) 로베르트 N. 슈펭글러 박사팀은 3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중앙아시아 유적지 12곳에서 발견된 달걀 껍데기를 분석, 닭이 기원전 400년부터 중세 시대까지 중앙아시아 남부에서 사육됐으며 고대 실크로드를 통해 널리 퍼져나갔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실크로드 유적지 바시테파에서 나온 달걀 껍데기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인근의 실크로드 유적지 바시테파에서 발견된 달걀 껍데기 조각. 이 달걀 껍데기는 실크로드에서 닭을 키웠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초 증거 중 하나로 꼽힌다. Robert Spengler 제공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는 고대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주로 양, 염소, 소를 목축했다는 기존 견해와 달리 닭도 이들의 생업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으며, 가축화한 닭이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 유라시아와 북동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닭은 오늘날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중요한 동물 중 하나지만 그 기원과 확산 과정은 유라시아 가축 역사에서 수수께끼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대체로 닭 형태 식별 문제, 연대 측정 부족, 얇은 새 뼈의 보존 상태 불량 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시기가 기원전 400년부터 서기 1000년에 걸쳐 있는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인근 고고학 유적지 12곳에서 발견된 달걀 껍데기를 분석, 당시 중앙아시아 남부에서 달걀과 고기를 얻기 위해 가축화한 닭이 사육됐다는 고고학적 및 분자학적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들 유적지에서 수만 개의 달걀 껍데기 조각을 수집, DNA를 이용하는 유전자 분석과 달리 동물의 뼈, 피부, 껍질 등에 들어 있는 단백질 성분을 분석하는 생체 분자 분석(ZooMS)을 통해 알의 출처를 확인했다.

달걀 껍데기는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와 그 인근 바시테파, 사마르칸트 북부 아프라시아브 등 실크로드를 따라 위치한 중앙아시아 유적지 12곳의 퇴적층 전체에서 다량 발견됐다.

우즈베키스탄 타슈불락의 중세 유적지에서 나온 고대 달걀 껍데기 조각의 숨구멍을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촬영한 모습. [Robert Spengler 제공

연구팀은 이들 유적지 퇴적층에 달걀 껍데기가 풍부하다는 것은 닭들이 야생 닭처럼 특정 시기에 알을 낳은 게 아니라 평소 많은 알을 낳았음을 시사한다며 이는 당시에 이미 달걀 생산을 위해 닭을 사육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초의 명확한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닭의 야생 조상인 적색야계(red jungle fowl)는 1년에 한 번 둥지를 틀고 보통 한 번에 6개 정도의 알을 낳았다며 시기에 관계 없이 알을 많이 낳는 가축화한 닭의 특성은 당시 사람들에게 매우 매력적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는 기원전 400년께 중앙아시아에서 알을 많이 낳을 수 있는 가축화된 닭이 사육되고 실크로드를 따라 널리 확산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경제적으로 중요한 동물이 됐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슈펭글러 박사는 "고고학적 기록에서 계절적 산란 특성이 없는 닭에 대한 증거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는 가축화로 이어지는 인간과 동물 간의 상호주의적 관계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