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한국 사람이라면…’으로 시작되는 말이다. 어디서 듣는 말이냐 하면 운전면허 학원에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다. “한국 사람이라면 이해했을 텐데.”, “한국 사람이라면 금방 땄을 텐데.”, “한국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잘 알 텐데.” 그럴 때마다 목구멍까지 “저기요 말씀이 너무 지나치시네요”라는 말이 올라오지만, 꾹 참는다. 내가 봐도 나의 운전 실력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내가 운전을 못하는 건 ‘한국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방향·공간감각이 다소 부족했고, 엄청난 기계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파르타식 교육 방법이 내게 맞지 않는다. 제식훈련을 받아본 적도 없고, 한국처럼 성인 남성이라면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는 나라에서 자라지 않았다. 직·간접적 경험도 전혀 없는 데다 긴장감을 유발하며 큰소리치며 가르치는 방식도 내게 너무 낯설다. 안전 문제가 걸린 일이니 예민해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한국 사람이 아니라서 내가 아직 기능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평가는 억울하고 다소 불쾌하다.
사실 ‘한국 사람이라면…’으로 시작하는 말을 운전학원에서만 들었던 것은 아니다. 강단에 서기 전 잠시 근무를 했던 직장에서도 종종 들었다. 업무 분장표에 없는 일을 내게 지시하거나 상관의 업무지시에 이의를 제기하면 여지없이 “한국 사람이라면 다 알아들었을 텐데”라고 했다. 나는 그저 논리적 설명을 요구한 것인데, 이런 나의 요구가 그렇게 잘못된 것이었을까? 내가 아는 한국인 중에도 부당한 업무지시에 문제를 제기하고 상사의 말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럼 그들은 한국인이 아닌가?
사하부트지노바 루이자 조이로브나 남서울대학교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