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선거의 해’다. 한 해 동안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최소한 전 세계 64개국에서 크고 작은 선거가 치러지고, 미국 TIME 매거진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49%가 어떤 형태로든 투표에 참여하게 되는 해라고 한다. 물론 모든 투표가 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선거는 형식적일 뿐 후보 선정 과정에서부터 답이 정해져 있어 실제로 큰 의미가 없고, 미국의 대선처럼 투표 결과의 영향이 한 나라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에 파장을 미치는 선거도 있다.
우리는 왜 투표를 하는 것일까? 한 사회 또는 시스템의 구성원들이 각각 선택을 하고, 그 선택들이 하나로 모여서 리더나 생존전략을 결정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은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계에 존재해 왔다. 한 개체가 주변 환경에 대해서 가질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제한적이며, 생존전략 선택의 폭도 훨씬 좁은데, 각각의 개체가 모여서 공동의 선택을 하게 되면 생존에 훨씬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의 이아인 쿠진 박사에 따르면 이러한 집단 선택의 패턴은 박테리아, 갑각류부터 시작해 물고기떼, 철새떼, 그리고 침팬지 집단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만약 먹이를 찾으러 이동하던 무리 중 49마리의 개체가 목표물 A를 향해 가고, 51마리의 개체가 목표물 B를 향해 간다면, 어느 순간 전자의 그룹에서 점점 많은 이탈자가 생기면서 결국은 더 많은 숫자의 구성원이 있는 후자의 그룹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다수결의 원칙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자연계에 존재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수가 선택한 전략이 실제로 더 생존에 유리할까? 군중의 지혜 (Wisdom of the Crowd)라고 불리는 현상이 있다. “이 황소의 무게는 얼마일까요?”처럼 무작위하게 던져진 어떤 종류의 질문에 대해서도 아주 많은 수의 군중이 각자 답을 하게 되면 모든 개인들의 예측의 평균치가 정답에 근접하는 현상이다. 상당히 신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반복적으로 실험을 해보면 실제로 많은 수의 예측이 모일 때 더 적은 숫자의 개체가 예측한 것보다 정확하게 답에 근접한다. 자연계에서 다수의 선택을 따라가는 행동 패턴은 실제로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얘기다.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