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멘토 셰프 어워드는 업계에 귀감이 되는 멘토 셰프의 열정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상으로, 후 셰프가 네 번째 수상자로 선정됐다.
후 셰프는 1960년대 아버지 친구가 운영하는 UN센터 호텔 그릴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시작했고, 지금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자리에 있던 반도호텔 중식당 ‘용궁’에서 본격적으로 중식 요리를 배웠다. 대만에서 셰프를 영입해 쓰촨요리 위주로 선보이는 그 당시 최고의 식당이었는데, 월급을 안 받아도 좋으니 일을 배우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두 차례나 거절당했고, 세 번째 도전 끝에 어렵게 면접과 테스트 과정을 거쳐 스물한 살의 나이에 반도호텔 중식당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3개월 동안 월급 없이 바닥 청소부터 온갖 심부름에 셰프 옷 빨래까지 도맡아서 해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는 자신의 기술을 그냥 가르쳐 주지 않았다. 수련 과정일 수도 있고, 테스트 과정일 수도 있는 과정을 버텨내야만 하나씩 기술을 알려주었다. 4개월째 접어들면서 용돈 정도의 급여를 받으면서 점차 중국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후 셰프는 서울신라호텔 팔선 이후 르메르디앙을 거쳐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 호빈에 둥지를 틀었다. 르메르디앙 측에서 중식당을 열겠다며 후 셰프를 여러 번 찾아왔다. 오랜 고민 끝에 강남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고 시작했는데, 미처 자리를 잡기도 전에 코로나19 확산으로 호텔이 문을 닫고 후 셰프 역시 도전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참에 좀 쉬려고 했지만 이번엔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연락이 왔고, 리뉴얼을 하면서 식음업장 고급화 전략을 편다는 전략에 마음이 끌렸다. 이에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귀한 손님을 모신다’는 뜻을 담은 호빈을 오픈했다.
호빈의 시그니처 메뉴는 후불도장이다. 1987년 처음 소개한 ‘불도장’은 지금도 여전히 ‘후덕죽=불도장’이라는 공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각종 산해진미를 오랜 시간 끓인 불도장은 조리법 자체는 평범하지만 들어가는 재료가 호화스럽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국빈 만찬 등 중요한 테이블에 오를 정도다.
후 셰프의 불도장은 소도가니, 제비집, 해삼, 송이버섯, 오골계, 돼지고기 등 15가지 진귀한 산해진미를 6시간 이상 고아낸 보양식으로, 담백한 맑은 탕으로 제공된다. 특히 바다의 인삼으로 불리는 해삼으로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데, 가거도에서 잡은 해삼으로만 요리를 하며 원재료 그대로의 맛과 모양을 살리는 게 특징이다.
후 셰프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방을 지키고 한길에서 꾸준히 자신을 담금질해 왔다. 먹는 사람에게는 그저 먹는 일이지만 위험한 도구, 뜨거운 불을 다루는 요리사로서의 삶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요리가 일상이고 숨 쉬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인 되어 버린 후 셰프는 여전히 요리하는 순간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셀 수 없는 다양한 재료를 기본으로 다채롭게 변주할 수 있다는 것을 큰 재미로 여긴다.
후 셰프는 출근을 하면 매일 예약 상황을 체크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오픈 시간 10분 전에는 모든 요리사들과 함께 전체 미팅을 진행하면서 어제 방문했던 손님의 피드백이나 오늘 방문할 손님의 특이사항 등을 체크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한다.
영업이 시작되면 손님에게 제공되는 음식 하나하나 맛을 직접 체크한다. 요리를 오래 하다 보니 후 셰프를 보고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많다. 따라서 맛을 체크하는 것은 오래된 단골과 새롭게 오신 고객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기대 이상을 맛을 보여주기 위한 루틴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 맛만큼 서비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매일같이 주방을 지키며 짜장면 한 그릇이라도 면의 온도, 수분이 제대로 빠졌는지를 일일이 확인한 다음 손님상에 내보낸다. 손님에게 정성을 들여서 대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후배나 제자에게도 일을 배우기에 앞서 인간 됨됨이가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음식이란 재료를 만지고 조리해서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인데, 마음이 깨끗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음식을 손님에게 전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요리철학이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