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총선 개발공약 2000여개…재원마련 계획은 10명 중 3명뿐”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후보자들이 제시한 각종 개발공약이 2000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철도 노선 연장, 역사 신설 같은 공약이 남발됐는데 재원조달 계획을 제시한 후보는 전체의 28%뿐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4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총선에서도 표를 얻기 위해 국토 균형개발을 무시한, 사업성 없는 공약을 남발하는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는 모든 지역구 후보자들의 개발공약과 재원마련 방안을 전수 조사했다. 지역구 후보를 낸 정당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진보당 6개다.

황지욱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22대 총선 개발공약 분석 및 평가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조사 결과 지역구 후보자 608명이 내놓은 개발공약은 총 2239개로 집계됐다. 후보자 1명당 평균 3.7개의 개발공약을 발표한 셈이다. 정당별로는 국민의힘이 1136개(50.7%)로 가장 많았고 더불어민주당이 893개(39.9%)로 양당을 합해 90%가 넘었다. 그 뒤로 개혁신당 99개(4.4%), 새로운미래 54개(2.4%), 진보당 29개(1.3%), 녹색정의당 28개(1.3%) 순이었다.

 

608명 지역구 후보자 중 실제로 개발공약을 제시한 이는 537명이다. 이 중에서 경실련 문의에 재원조달 계획을 공개한 후보는 153명(28.5%)에 그쳤다. 경실련은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예산과 재원마련 방안을 제시한 후보는 적었다”며 “구체적인 근거 없이 총액만 제시하는 수준이거나 재원마련 방안 역시 대부분 국가와 지방재정으로 충당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고 비판했다.

 

경실련 자체적으로 도시·부동산 전문가들과 추정한 개발공약에 필요한 전체 재원은 최소 554조원으로 나왔다. 각종 ‘철도 연장’이나 ‘지하화’ ‘기업유치’ ‘○○타운 조성’ 같은 문구를 내세운 개발공약이 많았는데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필요 재원, 재원조달 방안, 이행 시기와 방법, 예비타당성조사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이들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36%에 그쳤다. 경실련은 “‘철도‧도로 지하화’ 사업은 지상에서 이뤄지는 사업과 비교해 엄청난 규모의 재원이 필요하고 오랜 기간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수적이나 이번 총선에서 각 후보들은 대부분은 자기 지역 내 지하화를 제시해 과연 가능할지, 속이 빈 공약”이라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22대 총선 개발공약 분석 및 평가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개발공약은 환경 훼손이나 부동산 투기 조장 등 많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철저하고 구체적인 계획 하에 나와야 한다”며 “개발공약을 제시할 때 재원조달 계획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은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잼버리, 서울-김포 통합 계획, 4대강 등 정치 논리로 무리하게 추진되거나 이후 관리 부재·운영 미숙으로 재정 낭비로 이어지는 사업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며 “유권자들이 선심성 개발 공약을 제대로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