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군에서 생후 33개월 여자아이가 상급 병원 이송 거부 속에 숨진 데 이어 충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보건복지부와 충북도는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4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오후 5시 11분쯤 충주시 수안보면에서 70대 A씨가 전신주에 깔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사고 발생 9시간여 만에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건국대학교 충주병원과 공공병원인 충주의료원에 이송을 요청했다.
건국대 충주병원 측은 “환자의 상태를 직접 듣고 외상센터로 가는 것이 좋다고 다른 병원 이송을 권고했다”며 “A씨의 사망이 전공의 파업 등 최근 의료사태와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충주의료원은 “수술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송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는 30여분 걸리는 충주 시내 한 개인병원으로 옮겨져 발목 혈관 연결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수술 후 A씨의 혈압이 지속해서 떨어지자 검사를 통해 복강내출혈을 확인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복강내출혈이 조금씩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병원 자체적으로 수술 등을 할 수 없어 큰 병원에 전화로 이송 요청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인근 권역외상센터에 문을 두드렸다.
인근 강원 원주시의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기독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으나 외과 수술 환자가 대기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또 청주의 충북대병원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병원으로 연락이 오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100㎞ 떨어진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인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송 요청을 받아들였나 끝내 숨졌다.
충북의 한 전문의는 "충북 북부권 주민들은 권역외상센터 접근성이 떨어져 긴급할 때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누구나 균등한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와 충북도는 A씨의 사고 발생부터 사망까지 과정 등에 관한 조사에 들어갔다.
충주시는 인구 20만명이 넘는 도시지만 외상센터가 없다.
충주지역 환자는 강원 원주시 연세대 세브란스 기독병원이나 청주 충북대병원을 이용해야 한다.
충주시와 인접한 도내 북부권인 제천시와 단양군, 음성군, 괴산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충북도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충북은 치료 가능 사망자 수 전국 1위, 입원환자 중증도 보정 사망비 전국 1위, 인구천명당 의사 수 전국 14위, 의료기관 수 13위 등 전국 최하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시신을 의과대학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몸이 아플 때 자신이 사는 곳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생명을 지키는 첫 단계이고 그 중심에 의사가 있다”며 “적절한 규모의 의사를 확보하는 게 충북 의료 환경을 개선하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충북 보은군에서는 지난달 30일 도랑에 빠진 생후 33개월 된 B양이 상급병원 이송 거부 끝에 숨을 거두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