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보수’의 등장이냐, 관망이냐.
사전투표 시작을 하루 앞둔 4일 정치권에는 이른바 ‘샤이(Shy·수줍은) 보수’의 영향력을 두고 설왕설래가 벌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샤이보수가 투표장에 나와 힘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과 샤이보수 자체가 없다는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샤이보수는 주변 여론 때문에 자신의 보수 성향을 여론조사 등에 잘 드러내지 않는 숨은 보수 지지자를 의미한다.
4일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통화에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응답을 회피하는 경향이 보인다”며 “지난 대선 투표 결과나 정치 성향에 대한 응답을 보면 보수가 위축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여론조사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분위기가 좋은 쪽이 많이 표집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60%를 넘어서고 여당에 대한 부정 여론이 늘면서 일부 보수층이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샤이보수는 여론조사에도 잘 응답하지 않고 있지만 결국 투표장에 나가 여당을 찍을 것이란 것이 ‘샤이보수’에 기대를 건 여당의 논리다.
최근 여당 텃밭인 부산·경남(PK) 지역과 강원 일부에서 야당이 앞선 여론조사가 뒤집히거나 격차가 줄어드는 모양새가 나타나는 것이 샤이보수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방증이란 의견도 있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샤이보수는 선거 분위기에 따라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올해 초 정권심판론이 높아지면서 보수 지지자들의 실망이 커지자 이들이 잠시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이 소장은 “최근엔 여권의 지지율이 다소 회복하면서 보수 결집이 나타나고 있다”며 “최종 투표에서 이 크기와 강도가 얼마나 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샤이보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의견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샤이보수나 샤이진보는 없다”며 “그 사람들은 실체가 없는데 정치권이 헛된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선거에서도 이런 샤이 표가 영향을 준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이를 불리한 진영에서 희망을 걸기 위해 만들어낸 정치적 결과물이라고 봤다.
샤이보수는 존재했지만 현 구도는 여야 모두 지지층이 결집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샤이보수는 진보 정권 때 있었다”며 “과거에는 많게는 5%까지 전문가들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샤이진보는 조국혁신당이 나오면서 다 커밍아웃을 해버렸고, 보수는 그보다 앞서 이미 커밍아웃을 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 존재하는 것은 중도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