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값이 금값이라 집 뜰에 심을 사과 묘목을 사러 왔는데 벌써 동났다네요.”
4일 오전 충북 옥천군 동이면 묘목농원에서 만난 박수철(62·전북 김제시)씨는 “이른 아침부터 2시간여 달려왔는데 빈손으로 돌아가게 생겼다”며 허탈해했다. 슈퍼청매실, 바이오체리, 감 묘목 등을 살펴보던 박씨는 사과 묘목 대신 1주당 5000원인 사과대추 묘목 3주를 구입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박씨처럼 이날 옥천군 묘목농원을 찾았다가 사과나 배 묘목을 구하지 못해 허탕을 친 방문객도 여럿이다. 바로 옆 나무시장에서 만난 이재주(71·충북 괴산군)씨는 복숭아 묘목을 3주 샀다. 복숭아 묘목은 1주당 4000원이다. 이씨는 “과일값이 금값이라 차라리 집 마당에 과일나무를 심어 재배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며 “3년만 잘 키우면 원 없이 복숭아를 먹을 수 있다”고 했다.
통계청의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사과는 작년 동월 대비 88.2% 상승해 전월(71.0%)보다 오름폭이 컸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상승 폭이다. 사과 가격은 전월 대비로도 7.8% 올랐다. 배 가격 역시 전월 대비 87.8% 상승해 역대 최대 폭을 기록했다. 사과 도매가격은 지난달 기준, 10㎏당 9만원대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2배 오른 값이다. 배 도매가격도 15㎏에 10만원 선을 넘었다.
특히 묘목농원 상인들은 사과나무 수요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묘목상 민선미(44)씨는 “지난 2월부터 사과나무를 찾는 손님들이 전년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며 “2월 말부터 3월 초중순까지 한 달도 안 돼 부사·홍로·시나노골드 등 3개 품종 5000주가 모두 판매됐다”고 말했다. 민씨는 “과일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차라리 집에 과일나무를 심겠다고 사 간 손님이 대부분”이라며 “시나노골드의 경우 사과 재배 농가에서 품종을 바꾸려고 사 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산림조합중앙회에 따르면 회원조합 나무시장 사과나무 판매는 2022년 5만7000주(7억8600만원 상당), 지난해 5만7000주(7억1000만원 상당)로 정체 상태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옥천산림조합이 운영하는 묘목농원은 지난달 부사·시나노골드·홍로 사과나무 3개 품종, 1730주(2178만원)를 모두 팔았다.
옥천산림조합 관계자는 “최근 흐린 날이 많아 묘목 생산량이 줄면서 시세는 전반적으로 강세로 올해 묘목시장에선 지난해 가격이 크게 올랐던 사과 등 유실수를 찾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