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중거리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신형 발사장치를 연내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한다. 군사적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해 억지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미사일 개발, 배치를 둘러싼 군비확장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찰스 플린 미 육군 태평양사령관은 전날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일부 일본 언론과 만나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플린 사령관은 구체적인 배치 시스템, 시기, 장소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중거리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발사장치를 곧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히는 “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미 육군이 개발해 배치를 진행 중인 지상발사형 중거리미사일 시스템 ‘타이폰’으로 보인다”며 “사거리 1600㎞ 이상의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나 신형 요격미사일 SM6 등을 탑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배치 후보지로는 일본도 거론되지만,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괌에 배치하고 군사훈련 등을 실시할 때 일본에 일시적으로 전개하는 안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미군이 지상발사형 중거리미사일을 새롭게 배치하면 1987년 미국과 러시아(당시 소련)가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체결한 이후 처음이 된다. 이해 12월 미국, 러시아는 사거리 500∼5500㎞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INF 조약을 체결했다. 조약에 따라 양국은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했고, 냉전시대 핵군비 경쟁을 막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후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 등이 이어지며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되었으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9년 10월 INF 파기를 선언했다. 러시아가 합의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미국이 INF 파기 결정은 실질적으로 중국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INF 조인국이 아닌 중국은 제약 없이 중거리미사일을 개발에 나서 2006년부터 실전 배치한 DF-10(사거리 최대 2500㎞ 추정), 2017년 5월에 처음 공개한 DF-27(사거리 최대 4000㎞ 추정) 등을 보유하게 됐다. 미국이 INF에 발목이 묶인 사이 중국은 일본 열도를 사정권에 두는 중거리미사일 약 1900발을 갖게 돼 미사일 전력의 격차가 생겼다.
INF 폐기로 장애물을 없애고 중거리미사일 개발에 주력해 온 미국이 실전 배치를 공언함에 따라 중국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는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 결정) 배경에는 중국의 미사일 능력에 대한 위기감이 있다”며 “중국과의 미사일 능력 차이를 메꾸기 위한 것”이라는 방위성 간부의 말을 전했다. 이어 “(중국을 염두에 두고) 억지력을 키울 것으로 기대되지만 미사일 개발, 배치를 둘러싼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