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그렇듯이 원칙과 규범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반발이 일어난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현실에선 그 반발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지만, 예술에선 반발로부터 새로운 예술경향이 탄생했다. 서양미술사 최고봉으로 일컬어진 르네상스 미술에 대해 반발했던 매너리즘이 바로크 미술이라는 감성적 경향으로 이어지면서 미술이 더욱 풍성해졌다.
르네상스가 한창이던 16세기 초 당시 평론가들은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의 거장들이 미술의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더 이상의 새로운 창작은 없다는 주장이었다. 과연 그랬을까? 그랬으면 이들 이후의 미술은 더 이상 없어야만 할 텐데, 지금까지도 새로운 미술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당시도 이런 조급한 결론에 대한 반발이 일어났으며, 젊은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매너리즘이란 반르네상스 경향이 일어났다.
매너리즘의 대표적인 화가는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파르미자니노였다. 그는 라파엘로 작품의 우아함에 감동을 받았지만, 라파엘로와는 다른 방식으로 우아함을 나타내려 했다. 이 작품에선 마리아의 신체, 특히 손과 목을 길게 늘이고, 하얀 살색으로 가냘픈 인상과 우아한 분위기를 나타냈다. 아기 예수의 몸도 길게 늘이고, 마리아의 몸과 연결해서 유려한 곡선의 흐름으로 만들었다. 인체비례 규범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