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슬로바키아의 대선 결선투표에서 친러시아 성향 후보인 페테르 펠레그리니 전 총리가 승리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친러·반미 성향의 사회민주당이 승리해 정권이 교체된 데 이어 대통령도 친러 성향 인사가 맡게 되며 슬로바키아의 친러시아 행보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펠레그리니 전 총리는 득표율 53.12%로 46.87%를 얻은 이반 코르초크 전 외무부 장관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코르초크 전 장관은 “솔직히 실망했다”면서도 패배를 인정하고 펠레그리니 전 총리에게 축하를 전했다.
펠레그리니 전 총리는 지난달 23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선 42.5%의 코르초크 전 장관에 이어 37.1% 득표율로 2위에 올랐다. 1차 투표 3위였던 극우 성향 스테판 하라빈 후보 등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결선투표에서 대거 펠레그리니 전 총리의 편을 들면서 결과가 뒤집혔다고 현지 정치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슬로바키아는 의원내각제 국가로 실질적 권력은 정부 수반인 총리에게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법률 거부권을 활용해 총리를 견제할 수 있어 서방 진영에서는 이번 대선 결과에 촉각을 세워왔다. 현재 정부를 이끄는 로베르트 피초 총리는 취임 직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했고, 우크라이나가 종전을 위해 러시아에 영토를 양도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친러시아 행보를 가속화하는 중이다. 한때 피초 총리의 측근으로 꼽히기도 했던 펠레그리니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슬로바키아가 친러 행보를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나토 입장에서는 헝가리에 이어 또 하나의 친러 성향 회원국이 생기며 대러시아 행보에 어려움이 커지게 됐다.
이런 관측에 대해 펠레그리니 당선자는 이날 대선 승리 선언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선 “정부가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하는 한, 과거처럼 대통령궁이 반대 세력의 중심이 돼 내각에 해를 끼칠 것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믿어도 된다”고 내각과 각을 세우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코르츠크 전 장관이 대선 패배 인정과 함께 “펠레그리니가 독립적이고 (누군가의) 명령이 아닌 스스로 신념에 따라 행동할 것이란 내 믿음을 전하고 싶다”고 우려를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