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선거운동이 막바지를 향해 가는 가운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나치 독일의 수괴였던 아돌프 히틀러까지 거론하며 서로를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악연인 한 위원장과 조 대표의 서로를 향한 발언이 갈수록 거칠어지는 양상이다.
‘히틀러 설전’의 포문은 한 위원장이 열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동작구 총선 유세에서 조 대표가 이번 선거에 나선 것을 과거 히틀러의 등장과 비교하며 공격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허경영(국가혁명당 명예대표)도 아니고 개인 이름으로 당을 만드나”라며 “이건 농담 같은 것 아니었나. 히틀러 처음 등장할 때도 농담 같았다고, 다들 웃었다고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그러나 웃으면 안 된다”며 “지금 기고만장해서 헌법을 바꾸겠다고까지 하고 있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또 한 위원장은 “극단주의자들이 변방에 있는 건 상관없다. 자유사상을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강점일 수 있다. 그러나 극단주의자들이 주류 정치를 장악해서 권력을 장악하면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우리가 그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도 곧장 반격에 나섰다. 조 대표는 전날 서울 청량리역에서 지지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위원장이 저보고 히틀러라고 하는데, 거울을 보고 얘기하는 것 같다”고 맞받았다. 조 대표는 “(한 위원장이) 저보고 온갖 얘기를 하는데, 개의치 않고 제 길을 가겠다”고도 강조했다.
조 대표는 한 위원장이 꺼내 든 히틀러를 여권 공격의 무기로 삼기도 했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정치 이념으로 가장 극우적인 정치 집단이 어딘가”라며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 중 가장 기괴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 누군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누가 히틀러에 가깝나”라는 자신의 질문에 지지자들이 ‘윤석열’이라고 대답하자 “제 말보다 시민 여러분의 답변을 한 위원장께 돌려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날 선 비판은 한 위원장과 조 대표의 뿌리 깊은 악연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 시절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던 한 위원장은 당시 법무부 장관인 조 대표 일가에 대한 수사를 이끌었다. 이후 한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한직으로 좌천됐고, 윤 대통령은 감찰과 징계 대상에 올랐다. 이런 악연의 고리가 총선 유세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도 조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2심에서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을 재차 거론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한 위원장은 대전 유성구 노은역 광장 집중유세에서 조 대표를 겨냥해 “조국이 누명을 썼나. 조국은 죄를 지었다. 본인도 안다. 그런데도 복수한다고 한다. 웅동학원 등을 환원한다고 했는데 거기에 답하고 있나”라며 “이런 위선을 우리의 삶의 기준으로 만들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