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난 손톱을 보고서야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 까맣게 때가 탄 손톱을 잘라내면서 이만큼이 나의 사흘, 나의 닷새, 하고 헤아린다. 참 지저분하기도 하지. 누가 볼까 두려워 잽싸게 깎는다. 그러다 가끔은 생살에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때가 탄 시간을 잘라낸 뒤에도 한동안 손끝이 몹시 아리다. 은하수가 쏟아지기는커녕….
시간은 대체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모양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는 자주 절을 올리는 자세로 엎드린다. 한껏 고개를 숙인다. 그 시간의 증거인 손톱을 쓸어모을 때마다 눈물이 반짝거린다는 말은 그래서 과장 같지가 않다. 시를 읽는 동안 계속해서 손톱을 들여다보게 된다. 열 개의 반달을. 달이 사라지고 나면 어떤 내일을 맞게 될까. 조금 괴로운 아침이 찾아들지도. 그럴 때마다 생각해야지. 곧 다시 차오를 달을. 어쨌든 살아 있으므로, 어김없는 것들을.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