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골든크로스’(지지율 순위가 교차하는 현상)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4일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면서 판세가 안갯속인 가운데 상반된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먼저 운을 띄운 건 열세 전망이 우세한 국민의힘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사전투표 기간 이후인 7일 충남 천안 유세 중 접전지 내 골든크로스가 여럿 확인된다며 “기죽지 말고 (본투표에) 나가달라”고 호소하면서다.
국민의힘은 골든크로스 현상의 원인으로 민주당 김준혁(경기 수원정)·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 리스크를 지목한다. 국민의힘 홍석준 선대위 종합상황부실장은 9일 BBS 라디오에서 “지금 구글 트렌드상에서 김준혁·양문석 후보의 검색량이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폭풍 증가했다. 여론조사상으로, 실제 투표에서 얼마나 영향을 미칠 거라 확신할 순 없지만 당연히 영향을 미쳤고 특히 1∼2%포인트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합 지역에서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며 “골든크로스가 발생하는 원인도 그런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구체적으로 골든크로스가 나타난 지역구에 대해선 명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홍 부실장이 전날 브리핑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상승세인 곳으로 경기 용인갑과 오산을 언급했을 뿐이다. 용인갑 같은 경우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인 2∼3일 진행된 여론조사(CBS-케이에스오아이 주식회사, 무선 ARS)에서 민주당 이상식 후보 41.5%·국민의힘 이원모 후보 39.9%, 오산은 3월30일∼4월1일 조사(경기신문-알앤써치, 유·무선 ARS)에서 민주당 차지호 후보 44.9%·국민의힘 김효은 후보 42.3%로 모두 오차범위 내 초박빙 양상을 보인 곳이다.
서울 내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추격해 격차를 좁혀가는 양상을 보인 곳은 영등포을, 중·성동을, 광진을 3곳이 눈에 띈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 기준으로 영등포을은 민주당 김민석 후보 43%·국민의힘 박용찬 후보 42%(KBS-한국리서치, 1∼3일, 무선전화면접), 중·성동을의 경우 민주당 박성준 후보 43%·국민의힘 이혜훈 후보 41%(중앙일보-한국갤럽, 1∼2일, 무선전화면접), 광진을은 민주당 고민정 후보 48%·국민의힘 오신환 후보 43%(MBN·매일경제-넥스트리서치, 1∼3일, 무선전화면접)로 양당이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골든크로스 언급이 ‘전략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리고 있다. 한병도 전략본부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골든크로스가 일어나고 있으니까 투표장에 조금만 나오면 이길 수 있다는 전략적 차원에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민주당 자체 분석에선 골든크로스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 총선에서도 일부 정당이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중 골든크로스 주장을 내놓았지만 개표 결과와는 어긋난 사례가 있다.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하루 전 국민의당 측이 수도권 일부 지역 골든크로스를 주장하며 “독수리 5형제(고연호·김성식·김영환·문병호·정호준)가 생환해 돌아올 것 같다”고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김성식 전 의원 외 4명이 낙선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관되게 “격전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는 중이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에 권역별로 ‘초박빙 지역구’를 공유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중이다. 이날만 해도 “총선혁명의 승패가 걸린 7대 초접전지”라며 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 경기 포천·가평,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충남 서산·태안, 충남 공주·부여·청양, 강원 강릉, 경남 진주갑을 꼽았다.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오히려 격전지가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또한 국민의힘 측 골든크로스 주장처럼 사실 여부와 별개로, 여론조사 공표 금지로 인해 객관적 확인이 불가한 상황에서 지지층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