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에서 대거 철수한 지 하루 만인 8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라파 지상전 강행 의지를 밝혔다. 철군에 반발하는 연립정부 내 극우 세력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은 지상전 반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 추진과 동시에 하마스에 대한 완전한 승리를 추구하고 있다”며 “승리를 위해서는 라파에 진입해 테러부대를 제거해야 한다. 이 작전은 반드시 실행될 것이며 날짜도 정했다”고 말했다. 전날 가자지구 남부 최대도시 칸유니스에서 1개 여단을 제외한 이스라엘 지상군 전체가 철수하며 높아진 휴전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 지상전을 강행하려는 배경에는 그를 강하게 압박하는 이스라엘 연정 내 극우 세력이 있다. 이들은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지상전 계획을 취소할 경우 연정을 붕괴시키겠다고 위협해 왔다. 대표 극우 인사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에 대한 대규모 공세 없이 전쟁을 끝내기로 결정한다면, 그의 권한(총리직)은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새 휴전안도 하마스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새 휴전안은 이스라엘 인질 40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900명을 교환하고, 가자지구 남부 피란민의 북부 주거지 복귀를 골자로 한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새 휴전안에 대한 하마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하마스 대변인 바셈 나임은 NYT에 “새 휴전안은 이전 중재안보다 나쁘다”며 “여전히 영구 휴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마스는 영구 휴전 논의가 포함돼야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드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이날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공동 기고문을 내고 “라파를 향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가져올 위험한 결과에 대해 경고한다”며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