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사전투표에서 투표 사무원으로 일했던 공무원이 업무를 마친 다음 날 쓰러져 숨졌다. 하루 14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투표 사무로 인한 과로가 사망의 원인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9일 뉴시스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남원시청 여성 공무원인 A씨는 이달 5~6일 총선 사전투표 업무를 한 뒤 지난 7일 아침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음 날 결국 세상을 떠났다.
노조는 이날 추모 성명을 내고 "선거사무에 동원된 공무원은 하루 14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식사할 시간마저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수준의 선거수당으로 공무원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총선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며 수개표 방식을 도입하는 등 현장 공무원들을 쥐어짜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현채 전국공무원노조 남원시 지부장에 따르면 사망한 A씨는 1965년생으로 내년에 퇴임을 앞두고 있었다.
A씨는 사전투표 업무를 하기 위해 5~6일 이틀 동안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투표소로 향했다. 사전투표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오전 5시께에는 투표 준비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진 지부장은 "사전투표에 투입되는 공무원들은 최소 오전 5시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오후 6시에 투표가 끝나면 정리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오후 7시는 돼야 퇴근할 수 있다"며 "오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총 14시간을 일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업무 중간에 시는 시간이라곤 교대로 하는 식사시간이 전부"라며 "그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롯이 투표사무에 투입된다고"고 했다.
진 지부장은 "그렇게 14시간을 일하고 받는 일당은 13만원이다.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며 "투표 참관인은 하루 6시간 근무하고 10만원을 받는 데 비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표 업무에 투입되는 공무원들 대부분이 힘들어하는 실정"이라며 "사전투표 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하는 등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전투표 업무 공무원이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에서도 전주시 공무원 B씨가 목숨을 잃었다. 당시에도 과로가 사망 원인으로 지적됐다. B씨는 순직 인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9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소를 찾아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시 종로1·2·3·4가동 행정복지센터 투표소를 방문해 선거사무 종사자를 격려하며 철저한 투표소 사전점검을 당부했다. 현장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여중협 행안부 자치분권국장, 이동률 서울시 행정국장 등이 함께했다.
한 총리는 "이번 선거에는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투표용지 수검표 절차가 새로 도입되고, 선거관리의 핵심 사무에 공무원 지원이 예전보다 늘어났다"며 "최근 투표소 내 불법 카메라가 발견됨에 따라 투표소에 대한 보안 강화와 불법행위 예방의 필요성도 커졌다"고 밝혔다.
이어 오 시장과 고 차관에게 "선거 관리에 있어서는 한 치의 실수나 오점이 있어서는 안 되며, 완전무결한 선거관리를 지원한다는 자세와 각오로 임해 주시기 바란다"며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사고에 대비해서 선관위, 경찰, 소방 등 유관기관간의 완벽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선거사무 종사 공직자들에 대해 새롭게 마련된 의무휴무제 등 각종 지원책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각별히 챙겨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