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투표가 10일 오전 6시부터 전국에서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각 지역 투표소마다 투표에 참여하려는 유권자들이 길게 늘어섰고 크고 작은 사건사고도 이어졌다.
◆새벽부터 투표소 발길 이어져
부산은 912곳에 설치된 투표소마다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청 1층 대강당에 마련된 연산5동 제4투표소에서 만난 20대 취업준비생 김모씨는 “모든 국민들의 한 표가 소중하다고 생각해 학원가는 길에 짬을 내 투표하러 왔다”며 “개인과 당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 수영구 생활문화센터에 마련된 광안2동 제2투표소도 아침 일찍부터 유권자들로 붐볐다. 50대 여성 김모씨는 “친구들과 꽃구경 가려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투표하러 나왔다”며 “이번 선거에 국민의힘과 민주당, 무소속 후보가 경합을 벌이는 수영구에서 내 표가 당락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 3263곳의 투표소에도 이른 아침부터 삼삼오오 가족 단위 유권자들이 몰렸다. 성남시 분당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만난 40대 정모씨는 “평소 정치에 무관심한 편이지만 오늘만큼은 꼼꼼하게 후보별 공약집을 살펴보고 나왔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수성4가동 제1투표소를 찾은 20대 대학생 김모씨는 이날 ‘인생 첫 투표’를 행사했다. 그는 “제대로 된 한 표를 행사하고 싶어 공보물을 통해 후보자들의 공약과 이력 등을 꼼꼼히 챙겨봤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날 대구 달성군 유가읍 제3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마쳤다. 남색 재킷과 청바지 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그는 “국민 여러분께서 꼭 투표에 참여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용지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만난 50대 김모씨는 “지역을 위해 일하는 참일꾼을 뽑아 지역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고, 20대 양모씨는 “청년의 미래를 위한 좋은 정책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투표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는 독립운동가 박노순 선생의 현손녀(손자의 손녀)인 최빅토리아씨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2022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최씨는 “제가 행사하는 한 표가 국내 귀환 고려인 동포를 따뜻한 품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훌륭한 국회의원을 탄생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북과 강원에서는 ‘육지 속 섬’으로 불리는 대청호 연안 옥천군 오대리 주민과 강원 화천군 화천읍 주민들이 배를 타고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경북 예천군 제4투표소에서 만난 30대 이모씨는 “후보자 중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을 선택하기 위해 아침 일찍 공보물을 한 번 더 읽어보고 투표했다”고 말했다.
충남 서해안 섬마을 주민과 논산 양지서당 가족들도 투표장을 찾아 주권을 행사했다. 마을 이장은 “평소 섬 주민을 위해 관심을 많이 둔 후보, 성실하고 믿음이 가는 후보에게 표를 줬다”고 말했다. 논산 양지서당 유정욱 훈장은 “오늘은 국민의 의견을 나타낼 수 있는 중요한 날”이라며 “대한민국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투표소 곳곳서 사건사고 얼룩
총선 투표 당일 전국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를 촬영하거나 난동을 부리는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부산에서는 이날 오전 6시15분쯤 서구 암남동 제2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기표소 내에서 투표지를 촬영하다가 적발됐다. 부산진구 가야1동 제3투표소에서는 다른 지역구 주민이 찾아와 거주지 해당 투표소로 안내했으나, 오히려 투표를 못 하게 했다며 난동을 부려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또 금정구 서2동 제1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기표 중 투표용지가 찢어졌다며 용지를 다시 달라고 요청했다가 ‘본인이 훼손한 투표지는 재교부가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부산 남구 용호3동 제1투표소에서는 술에 취한 한 시민이 투표소 앞에서 소란을 피우다가 출동한 경찰에 끌려 나갔고, 60대 유권자는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는) 왜 1번과 2번이 없느냐”고 투표소 운영요원에게 따지기도 했다.
광주에서도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50분쯤 광주 동구 계림2동 제1투표소에서 50대 남성이 함께 투표하러 온 모친이 기표소에서 “어떻게 (투표) 해야 하지”라며 도움을 요청하자 기표소로 들어갔다. 이에 투표소 운영요원이 “제삼자가 기표를 본 경우 해당 투표용지를 무효로 처리해야 한다”고 고지하자 이 남성은 투표용지를 찢어버리고 귀가했다. 선관위는 이 남성을 투표용지 훼손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광주 광산구 수완동 제3투표소 앞 도로에 카메라를 삼각대에 세워놓고 누군가가 투표소를 촬영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개인 유튜버가 길 건너에서 투표소로 향하는 유권자들을 촬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는 투표소 내부를 촬영한 사례는 아니어서 선거법 위반은 아니지만 유권자에게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해당 유튜버에게 퇴거를 요청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 마련된 22대 총선 투·개표 지원상황실을 방문했다. 지난 5일 사전투표 시작과 함께 가동을 시작한 상황실은 개표가 끝날 때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방자치단체 등과 연계해 투·개표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또 경찰청·소방청·KT·한국전력 등과 협조해 사건사고 등 비상상황에 신속한 대응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이 장관은 “투·개표시 발생할 수 있는 정전·화재·통신장애 등 각종 비상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대파’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법인카드로 구입했다는 ‘일제샴푸’ 등을 정치적 표현물로 간주해 투표소 반입을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