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잡아라”… 글로벌 반도체기업 ‘AI 칩 전쟁’ 시작됐다

신제품으로 아성 허물기 나서

인텔, 자체 개발한 ‘가우디3’ 공개
“엔비디아 장악 관망 안 된다” 견제
3분기 출시 예정… 네이버 우군 참여

美AMD, ‘MI300X’로 시장 공략
삼성, 추론 특화 ‘마하-1’ 연내 선봬
가격 H100의 10% 수준 책정할 듯

엔비디아, B100 등으로 한발 앞서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칩 ‘가우디3’를 공개하며 엔비디아가 지배 중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성능 개선 최신 제품을 최근 선보인 엔비디아에 AMD와 삼성전자 등도 가세하며 AI 반도체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인텔은 9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진행한 ‘인텔 비전 2024’ 행사에서 가우디3를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뉴욕에서 시제품을 선보인 지 4개월 만이다.

사진=AFP연합뉴스

가우디는 인텔이 2019년 인수한 이스라엘 팹리스 하바나랩스가 개발한 서버용 AI 칩이다. 전작인 가우디2보다 처리속도를 4배 높였다. 메모리 용량은 128기가바이트(GB) HBM2E(3세대 고대역폭메모리)로, 전작보다 1.5배 늘렸다.



인텔은 공개적으로 엔비디아를 견제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반도체 힘(Power of silicon)에서 온다”며 “특정 대기업(엔비디아)이 기업 AI 시스템을 장악하는 것을 관망해서 안 된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가우디3가 엔비디아의 AI 칩 H100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도 어필했다. H100 대비 전력 효율은 2배 이상 높고, 메타의 초거대 AI 모델 라마2 7B와 라마2 13B를 활용한 검증에서 학습속도는 H100 대비 각각 1.5배, 1.7배 향상됐다는 설명이었다. 가격에 대해서는 “엔비디아의 최신 칩과 비교해 매우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인텔은 가우디3를 오는 3분기 출시할 예정이다. 미 서버업체 델과 HP, 슈퍼마이크로 등에 제공된다.

퀄컴, 구글 등과 ‘반(反)엔비디아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인텔은 이날 행사에서 네이버를 주요 파트너사로 소개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직접 무대에 올라 “네이버·인텔 공동연구소를 만들었다”고 공개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영상을 통해 “앞으로 인텔과 협력해 효율적인 AI 컴퓨팅 인프라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열풍이 거세지면서 인텔뿐 아니라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AI 반도체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 반도체 기업 AMD는 지난해 12월 데이터센터용 AI 칩 ‘MI300X’를 출시했다. H100보다 메모리 용량은 2.4배, 대역폭은 1.6배 늘렸다고 설명한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의 클라우드에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연내 추론에 특화된 AI 반도체 ‘마하-1’을 선보일 계획이다. 마하-1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속도와 전력 효율을 대폭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효율이 높으면 HBM 대신 저렴하고 가벼운 저전력(LP) D램을 사용해도 추론이 가능해진다. 마하-1 가격은 H100(4만∼5만달러)의 10분의 1 수준인 4000∼5000달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후발주자들이 엔비디아의 아성을 어느 정도 흔들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많다. 엔비디아는 최근 새로운 아키텍처 ‘블랙웰’ GPU 기반의 AI 칩인 B100과 B200을 공개하며 한 발짝 더 나아간 상태다. H100보다 성능을 최대 30배 향상하고, 에너지소비는 최대 25분의 1 줄였다. HBM도 인텔 가우디3와 달리 4세대 HBM3, 5세대 HBM3E를 탑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