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상징인 금배지는 순금이 아니다. 은에 도금한 것이다. 가격으로 치면 개당 3만5000원. 지름 1.6㎝, 무게 6g으로 엄지손톱만 한 크기에 불과한 금배지는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통해 선출된 4년 임기의 국회의원이 상의 왼쪽 옷깃에 착용하는 순간 도금배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보통 사람은 일생에 한 번도 누릴 수 없는 각종 특권과 혜택이 부여된다.
◆불체포·면책 특권 폐지 논란
4·10 총선에서 당선해 5월30일∼2028년 5월29일 임기인 22대 국회의원도 헌법과 법률 규정에 따라 돈으로는 환산하기 어려운 유무형의 특권과 특혜를 예외 없이 누린다.
대표적인 것이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이다. 현역 의원의 가장 큰 특혜로 꼽힌다.
대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지만, 21대 국회에선 백현동 개발비리, 성남FC 등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돈봉투 의혹을 받는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관석 의원 등은 가결됐다. 이 대표는 영장실질심사에서 기사회생했고, 윤 의원의 영장은 발부됐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법원 영장전담법관은 즉각 영장을 기각한다. 수사기관 입장에서 현역 의원의 범죄 혐의는 그만큼 수사하기 어렵다.
1987년 제6공화국 헌법제정 이후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실현되지 않고 있다. 범죄 혐의를 받는 현역 의원의 ‘방탄 수단’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국회의원의 신체구속을 국회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원의 ‘안전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공식 석상서 명예훼손도 처벌 불가
면책 특권도 국회의원의 사법리스크를 줄여주는 방패 중 하나다.
헌법 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의원들은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나 본회의에서 형사처벌 대상인 명예훼손 발언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간혹 상임위가 여야 정쟁으로 얼룩진 와중에 상대 당 의원을 향해 “그 이야기 회의장 밖에서도 할 수 있느냐”고 쏘아붙이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된다.
논란 속에서도 국회의원 특권이 계속되는 것은 헌법 개정사항이라는 어려움도 있지만, 결정권을 가진 정치권 스스로 방패를 내려놓는 것에 소극적인 이유도 있다. 규정에 따라 고양이만 자기 목에 방울을 달 수 있는데 고양이 스스로 방울을 달려고 하지 않는 셈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표결이 임박하자 국회 경내에서 단식 농성을 했고, 소속 의원들한테 부결을 호소해 ‘말 바꾸기’를 했단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후 줄곧 의원 특권 폐지를 실천하겠다고 했는데 현역 의원들이 한 대표 말대로 움직여주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국회의원에게는 다른 혜택도 많다. 1인당 세비(연봉) 1억5690만원이 지급되며, 보좌관, 선임비서관 등 직원 9명을 휘하에 둘 수 있다. 직원들은 국회사무처 소속의 별정직 공무원 신분을 보장받는다.
새진보연합 용혜인 의원이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가기 위해 찾은 김포공항에서 귀빈실을 이용해 국민 공분을 산 것을 계기로, 현역 의원을 위한 각종 의전 특혜도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다.